책으로 쌓는 지혜의 탑

농소1동 독서회 ‘수북’

다감이 장세련

다감이 장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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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혼을 살찌게 만든다’
‘책은 마음의 양식’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독서 명언들이다. 이런 독서 명언은 수백 개가 넘는다. 모두가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들이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의 한 마디들이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의 독서량은 어떤가? 많은 독서 명언들의 중요성과 반비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3월,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은 연평균 9.2권이라는 통계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통계가 더욱 씁쓸한 이유는 그 속에는 월간지까지 포함된 통계란 사실 때문이다.

독서량에 대한 통계 발표는 팍팍한 현실을 더욱 삭막하게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현대는 정보의 시대란 말에 걸맞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손쉽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깊은 사유(思惟)까지 기대하지 않는다면 다방면의 지식을 가만히 앉아서 취할 수 있는 것이 영상매체들은 다양하다. 현대인들의 독서량 부족에는 너나없이 바쁘게 사는 일상도 한 몫을 한다.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말하는 사람들. 깨어 있는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책을 들 마음의 여유까지 헤아릴 여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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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대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꾸준한 독서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북구 농소1동도서관(관장:이동희) 주부독서회 ‘수북’이다. 농소1동 도서관은 2006년 9월에 개관한 구립 도서관이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알찬 프로그램으로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수북 독서회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호응의 결과다. 수북 독서회는 동아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2년도에 만들어질 당시는 ‘나는 나’라는 이름이었다가 2014년도에 회원들의 의견 수렴 끝에 ‘수북’으로 개칭했다. 모임은 매월 둘째 수요일 오전 10시며, 수시로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수북의 의미는 두 가지예요. 수요일의 책모임이란 의미가 하나, 지식을 통해서 지혜까지 수북이 쌓아가자는 의미가 또 하나죠.” 개칭 이후 줄곧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금 회원의 말이다. 모임을 이끌기에 충분한 회원들임에도 불구하고 박종금 회원은 만장일치로 추대된 회장이다. 수북의 현재 회원은 15명이다. 회원가입은 언제든 가능하다. 다만 연초에 함께 하는 것이 정해진 한 해의 책을 다 읽고 토의를 하는 데 더 의미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회원의 의무는 매월 선정된 한 권의 도서를 읽고, 출석을 하는 것이다. 도서 선정 방식은 지극히 민주적이다. 도서관에서 정하기보다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서 회의를 거친 후에 결정한다. 한 해의 도서는 매년 첫 모임에서 정한다. 혹시라도 도서구입이 어려운 회원들이 빌려서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서회의 운영은 자율적이다.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다른 회원의 의견을 듣는 식이다. 읽은 책에 대한 독서메모를 정기모임에서 나누면서 회원들은 격조 있는 대화의 시간을 향유한다. 정해진 틀에 의해서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참여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같은 책을 읽지만 생각은 모두 다르다. 말을 하지 않으면 남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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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회를 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아요. 그 덕분에 한 권의
책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게 되거든요.”

초창기 회원인 조혜정 씨의 말에 청일점인 안승찬 회원도 한 마디 덧붙인다.

“저는 책을 숙제처럼 읽을 때가 많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책을 손에 잡을 생각도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은데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게 되니 의무적으로라도 읽게 되고, 한 권의 책에서 파생된 다른 책도 읽을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한 질문을 하고 반대 의견을 내다보면 서로의 관계가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수북은 다르다. 독서를 통한 모임답게 서로의 지식 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지적 세계를 넓혀가는 기회 이외의 감정은 끼어들지 않는다. 자유롭게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에 보람을 느낄 따름이다.

“독서의 편식 습관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 독서모임을 하면서 가장 좋아진 점이에요. 어렵게만 생각했던 인문학 서적을 편하게 대하게 되었고, 자기 계발서의 메시지 또한 누구에게나 다 걸맞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독서회의 매력을 떨치지 못해 일부러 시간을 낸다는 한구환 회원의 말에 공감하는 회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책의 내용이나 배경을 현실 속의 사건이나 배경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보는 일은 독서회의 친목 도모에도 큰 몫을 한다. 실제로 책 속 이야기의 무대를 찾아보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된 사물을 직접 접해보는 중간 모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간 모임이 의무는 아니다. 독서모임과 관계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회원들끼리 격월로 많은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날에 도서관을 벗어난 자연 속에서 야외 토론을 한다. 책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 자신이 받은 문화적인 영향, 책에서 감명을 받은 부분들에 대한 대화는 야외활동에서 더 풍성해진다. 영화 관람과 문학기행도 중간 모임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역사는 짧지만 수북 독서회는 알찬 수확도 거두었다. 2015년에 봉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6년에는 동아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울산 북구의 책으로 선정된 『동주』를 읽고 독후 활동을 한 결과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모집한 독서동아리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다. 덕분에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발전적인 성과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일컫는 자조적인 말이다. 이렇듯 바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을 짬이 없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버려지기 쉬운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지 질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독서가 그것이다. 실제로 독서 만한 휴식 수단도 드물다. 책을 읽는 데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경제적인 부담도 거의 없다. 특별한 준비물도 필요치 않다. 그저 한 권쯤 휴대하고 다니다가 틈날 때마다 읽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마음의 여유와 함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독서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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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혼자서 해도 청승맞지 않은 것이 책 읽기다. 조용한 가운데 혼자서 할수록 맛이 더하고 이해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도 독서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은 공감을 통해서 더욱 커진다. 수북 독서회는 이를 잘 보여주는 열린 모임이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 누구라도 기다리고 있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카페 cafe.daum.net/with-soobook으로 신청 가능하다.

2016년 수북독서회 월별 토론도서 목록

토론도서 비고
02 아Q정전/루쉰
03 노인과 바다/헤밍웨이
04 향연/플라톤
05 변신/프란츠 카프카
0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스메 소세키
07 북구의 책
08 꽃할머니/권윤덕
09 영화관람/토론
10 위대한 캐츠비/F.스콧 피츠제럴드
11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스시어
12  비폭력 대화/마셜 B.로젠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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