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문화 예술, 손맛장터

다감이 이하림

다감이 이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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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을 한글로 표현하면 ‘벼룩시장’이다. 알다시피 벼룩시장이라면 각자가 소장하고 있던 중고 물품을 저렴한 값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의 플리마켓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예술품의 형태에 가까운 것들도 있는가 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제품들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 우리에게 ‘플리마켓’은 더 이상 물건만을 사고파는 장터의 의미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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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현재 ‘문화의 거리’는 일반 상가들로 가득한 그냥 ‘길’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지나가지 않을 그냥 ‘길’.

그 ‘길’ 이 예전과 다르게 20대, 30대들은 물론 가족 단위의 시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중구 문화의 거리는 손맛 가득한 예술 작품들로 작가와 시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손맛장터’는 작가들이 참여해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퀼트, 캔들, 리본 등의 다양한 수제품을 출품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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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테이블에 올려진 여러 작품들.
(흔히 판매되고 있는 물품들은 제품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손맛쟁이들의 ‘작품’들은 ‘작품’이라 칭해야 할 것 같았다.)

부직포로 만든 귀여운 액세서리부터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해서 만들었을 손바느질 소품들, 오랜 시간 다듬고 다듬어 만들었을 도자 작품들, 마음에 위안을 주는 캔들, 아동용 보닛 등 어느 하나 눈길 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재미가 쏠쏠하다.

각자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트 플리마켓에 몇 년째 참여하고 있는 손맛장터 작가들은 어떤 마음들일까.

오고 가며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모습에는 자부심과 색깔이 자신 있게 뿜어져 나왔다. 여느 플리마켓의 판매자들과는 다른 모습의 이유가 궁금해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만한 계기가 있었다.

2016 울산 중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안녕, 옥상씨의 위로전>이 그 계기였다. 추운 겨울 성남동 문화의 거리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함께 기획하고, 고민하며 만들어낸 그 시간들이 작가들의 마음을 가득 차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녕, 옥상씨의 위로전>이후에는 5명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영상’ 갤러리에서 또 한 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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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전국적으로 골목들에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플리마켓. 울산에는 약 8개의 플리마켓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고 한다.
유행 따라 우후죽순으로 플리마켓이 생겨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회성 행사와 판매자들의 부재로 정기적으로 여는 것이 힘겨워진 플리마켓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플리마켓들을 올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소통과 문화의 공간으로서 각자 자신들만의 색깔과 고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명확한 색깔을 고집하고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노력들도 더해져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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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장터에서는 작가님들을 손맛'쟁이'로, 저희 추진단을 멍석'쟁이'로 부르고 있어요. 장이가 되고픈 ‘쟁이’들의 작당이라고 할까요? 같이 고민하고,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위로전의 경우도 작가에게 도시재생, 문화기획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멍석이었습니다. 덕분에 작가님들의 센스를 저희 추진단도 많이 배웠고요. 저희 추진단의 바람은 늘 같아요. 손맛장터에 오시는 작가들이 재밌게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고, 손맛장터가 열정 있는 작가들의 새로운 시작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손맛장터를 스쳐 손맛의 재미를 더 많이 나누시길 바라요. 지금처럼.”

‘손맛장터’ 멍석쟁이 이보람 대표의 이러한 마음이 오롯이 배어있는 ‘손맛장터’. 그리고 ‘손맛장터’를 함께 꾸려가는 ‘손맛쟁이‘ 들의 즐거운 ’작당‘이 계속되는 ‘손맛장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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