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감이 문선남
매시 정각에 기차 기적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손으로 뭔가를 만지작거리다 문득 내가 원도심 한가운데 게다가 울산읍성 골목에 있음을 알아차리곤 한다. 최근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문화의 거리를 찾아보았다.
도시재생과 도시골목이 천착해 걸어온 지 6년이 넘었다. 특히 울산읍성 길은 전국에 있는 사라져가는 골목을 기록하고자 하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걷고 기록했으며, 뒤풀이로 옛 울산초교 앞 모퉁이 카페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특히 원도심에서 대형재개발 앞에서 맥없이 허물어지는 골목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토론이 오간 곳이다. 그 곳에 또 어김없이 새봄이 왔다.
복원된 가학루를 지나 동헌 및 내아를 돌아보면 중부도서관이었던 자리와 북정공원에 시립미술관 공사가 한창이고 옛 울산초교에는 객사를 복원하고 시립미술관 야외공간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역사복원 공사현장을 뒤로 하고 옛 울산초교 앞 삼거리와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에는 이미 울산큰애기 하우스가 생겼고, 뒤이어 지난 1월엔 옛 김석주신경정신과의원 건물을 재단장하여 울산큰애기 상점가가 문을 열었다. 원도심에 오래 방치된 건물을 건축주와 협약으로 최대 10년 장기임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건축물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리모델링을 해 입점자를 모집, 11개의 다양한 업종이 운영되고 있다.
상점가 4층에 위치한 나비문고 북창을 통해 객사 복원현장, 옛 울산초교가 보이는데 시립미술관 야외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나비문고는 사회적 기업으로 새 책과 중고 책을 팔고 기부문화운동, 독서문화운동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상점가 복도를 살펴보면, 오래된 건물이라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게 되는데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을 법한 큰 칠판이 벽면에 설치돼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를 쓰고픈 마음이 생긴다. 군데군데 걸려있는 액자 속 작품들이 그것을 더욱 자극하는 듯 하다.
상점가 1층엔 케이크나 샐러드, 초밥 등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다. 그리고 오랜 건물답게 정원이 있고, 이곳을 나서면 바로 태화서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근에 있는 안내센터, 종갓집예술창작소와 같은 건물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처음 마로니에(옛 학성여관)를 똑딱길로 이어지는 담장 틈새와 너머로 얼핏 보았는데 건물과 정원 꾸밈에 탄복하며 한편으론 방치돼 있어 음산하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참 많이 달라졌다.
도시재생 사업 한 방편으로, 원도심 곳곳에 방치된 건물을 되살려 활기를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침체되었던 지역상권이 활성화됨으로써 500년 전통, 문화의 거리는 지금이 바로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게 아닐까. 문화의 거리를 걸을 때마다 가까운 근ㆍ현대사에서 번성했던 역사를 돌이켜 곱씹어 본다. 원도심에 흘러나오는 카페, 재즈바 음악에 취해. 지금 내가 숨쉬는 도시,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원도심 풍경을 즐기며 뚜벅뚜벅 걷기에 참 좋다.
걷고 싶은 내 도시에 우리가 가고 싶은 공간이 하나 둘 씩 늘어가고 있다는 건, 팍팍한 도시에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도시재생은 우리 삶을 재생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