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리뷰

선사미술에서 영화의
기원을 찾다.....

울산암각화박물관 특별전 - <영화의 선사시대(Prehistory Of Cinema)>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울산암각화 박물관

울산암각화 박물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영화의 선사시대 – 선사미술에서 영화의 기원을 찾다> 특별전을 열었다. 본래는 2018년 2월 4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는데, 작년 가을, 전시 개막과 함께 <영화의 선사시대(La préhistoire du cinéma)> 저자이자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마크 아제마(Marc Azéma)> 특별강연 이후에도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져 이번 3월 4일까지 연장하였다고 한다.

울산암각화 박물관 전시가 열린 울산 암각화 박물관 입구
전시개요

이번 특별전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우선 1부 ‘영화의 고고학’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영화의 역사를 조명하고, 2부 ‘생동하는 이미지’에서는 동물의 신중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사미술에서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보여준다. 3부 ‘최초의 만화’에서는 선사미술에서 표현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적 시각으로 살펴보고, 영화촬영기의 직계조상이라 할 수 있는 더마트로프와 같은 원판이 발견된 동굴과 양이 그려진 원판을 재현하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다. 4부 ‘최초의 연출’에서는 벽화가 단순히 역동적으로 그려진 것 외에도 동물의 일부만 그림으로써 클로즈업 효과를 내고, 빛의 이동에 따라 그림이 움직이는 조명효과를 주어 시각적 연출까지 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5부 ‘시네마 동굴’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프랑스 쇼베동굴의 웅장한 벽화를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더마트로프
더마트로프 전시관 내에는 더마트로프 재연과 체험시설도 준비되어 있었다.

더마트로프(Thaumatrope)는 원반의 앞뒤에 각각 다른 그림을 그려 놓고 양쪽 끝에 달린 줄을 잡아당겨 그림을 회전시키면 두 개의 그림이 하나로 합쳐져 보이게 하는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로 1820년 영국 의사인 존 패리스(John Paris)가 만들었다. 그런데 이 원판과 흡사한 구멍 뚫린 원판이 프랑스 이스투리츠 동굴과 구석기 유적인 로주리바스에서 발견되었다. 원판 한 면에는 순록 한 마리가 서 있고 반대쪽 면에는 누워있는 그림이다. 원판을 빠르게 돌리면 시각적으로 겹쳐지고 그림이 움직이는 것이다. 정지된 그림들의 연속에서 생명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열망하는 인류의 바램이 이미 선사시대부터 있었다면 이 기구를 더마트로프의 시초로 보는 것이 무리일까.

들소 다리가 8개로 그려져 있는 들소 그림
진정한 영화의 시작을 알고 싶다면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나 암각화를 보라고 하고 싶다. 흔히 영화의 기원으로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와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영화를 프레임의 연속이라고 볼 때 쇼베동굴의 사자그림이나 라스코동굴의 강을 건너는 사슴그림을 보면 영화의 시초라는 생각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나의 그림에 두 개 이상의 몸짓을 표현하기 위해 동물을 겹쳐 그리기도하고 머리가 다섯 달린 말을 그리고 다리가 8개인 들소를 그림으로써 동작을 분할해서 움직임을 3차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동굴의 요철이나 흐리게 들어오는 빛에 따라 윤곽이 변화하는 그림을 그려 그들만의 영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전시

이번 전시는 3번 보고 올 만큼 묘한 매력이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주는 몽환적인 음악과 그들이 그토록 표현하려고 했던 열망이 잔상으로 남아서 재방문했고 그 메시지가 읽고 싶어서 꽤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암각화박물관에서 하는 전시는 보통 학생들 단체로 가거나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의 관람이 많은 편인데 이 전시는 어른이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교과서 하단에 차례로 그림을 그려 빨리 넘기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던 놀이에서 나의 잠재력과 동굴 속 예술가가 동일시되었다. 영화는 과학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시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그린 동물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영화는 결국 언어

선사시대(Prehistory)라 함은 문자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기 시작한 시대의 이전 시대를 말하고 문자를 사용하는 역사시대(History)와 대칭되는 개념이다. 문자가 없던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림으로 바위에 새겨 남겼다면 우리 몸속에 남아있는 유전자로 그들이 만든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시각을 넓히고 나니 반구대암각화도 달리 보인다. 고래의 종류도 다르고 물을 뿜는 각도도 다 달라서 모양을 형상화 한 것만이 아니라 움직임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자세히 보게 된다. 사슴머리위에 덧새겨진 얼굴을 보면서 이것 또한 만화적 구상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모든 예술은 이야기이고 언어인 것이다.

이밖에도 쇼베 동굴과 라스코동굴, 알타미라 동굴 등을 검색해 보면, 현장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선명한 사진을 통해 영화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울산 암각화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울산 반구대암각화와 선사의 숨결을 전할 것이다.

입장사진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미디어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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