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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문화예술 서비스의 전문화와 역할분담


공공사업에도 다양한 종류와 형태가 있다는 사실, 기억하시나요?

벌써 5월이 밝았습니다. 얼마 전 4월 중순부터는 태화강대공원을 시작으로 울산 전역에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행사들의 거의 대부분은 공공사업(Public Work)으로서, 우리 시민 여러분의 세금으로 준비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해서, 작게는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에서부터 크게는 처용문화제와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 2017년 재단에서 직접 추진했던 '문화가 있는 날' 행사는 2018년에 민간공모를 통한 협력형으로 진행됩니다.

지난 3월 웹진에 실린 기획기사 '울산에서 참여할 수 있는 지원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에서 문화재단의 취지는 바로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에 부응하고 문화예술도시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지원사업의 여러 가지 유형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취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시민 여러분을 위한 울산광역시와 울산문화재단의 파트너로서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Work) 분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인터넷에 "문화예술행정"을 검색해보면

문화행정, 예술행정, 예술경영 이러한 말들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장 검색엔진에 단어를 찾아보았더니 무려 21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에서 "문화예술행정, 예술행정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과과정 –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제도와 교과과정이 필요(홍승찬, 1997)"라는 기고문이 확인됩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출범한지도 벌써 12년이 다 되었고,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는 석·박사과정뿐만 아니라 학부에서도 '예술경영'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죠. 한 1분을 더 찾아보니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월간 문화예술 1986년 3·4월 웹진 <집중기획 - 예술행정과 문화촉매운동 "예술행정은 왜 필요한가">라는 무려 31년 전 인터넷 기사까지 나오는군요.

이렇게 쌓인 이야기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문화예술행정 역시 수년간의 경험과 연구를 쌓아야 비로소 '전문(Professional)'이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일반론과 맞닿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화 활동과 예술의 창작은 더 이상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그런데 이 눈에 보이지 않고, 영~ 감을 잡기 어려운 개념을 하비 쇼어 교수(미국 코네티컷 대학)는 "예술행정은 예술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Clearly, arts administration is itself quite an art" - Harvey Shore) 2017년도 6월 웹진 인터뷰에서 박상언 대표님이 언급하시기도 했는데, 사실 이 문장 하나로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해 보이기도 하네요. 어떻게 저런 표현이 나왔는지는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문화기획자와 문화행정가

문화예술행정이라는 말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이어서 문화기획과 문화행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니, "예술인들도 최소한의 서류 작성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화두가 생각이 납니다. 최근 e나라도움(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으로 더욱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네요. 어느 한 쪽으로 100% 맞다 아니다를 이야기하기에는 주제와 사뭇 멀어질 가능성이 있어 일단 차치해두고, 문화행정과 문화기획, 그리고 예술경영이라는 역할에 집중해보겠습니다.

"예술가가 오롯이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인데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말 재미있게도 가장 현실적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움직임은 바로 '전문' 문화기획자와 '전문' 문화예술행정가의 등장입니다.
문화와 예술 활동은 그 자체로 이미 구성원들의 삶 속에서 제기하려는 메시지, 전달하려는 주제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 미국, 시인·비평가)는 "예술가는 바로 인류의 안테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하죠.

그 안테나가 더 멀리, 더 직접적인 통찰과 직관으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거꾸로 안테나에서 감지한 것들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바로 기획자와 행정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전문 예술인과 함께 기획자와 행정가, 이렇게 세 영역은 어떻게 협력을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서는 보다 앞서간, 그리고 깊게 고민을 한 새로운 컨텐츠나 새로운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할 것입니다.

UWMF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무대 행정에서 제안하고, 기획자가 설계하여 예술인들이 실현시켰던 'UWMF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의 전문화와 역할분담

맨 첫머리로 돌아가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우리 시민 여러분이 모아주신 세금으로 우리 스스로를 위한 다양한 공공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활동도 포함이 되죠. 바로 여기서부터 '역할분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거버넌스라 불리는 공공영역에서는 자원을 최대 다수에게 공유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것은 행정에서, 그리고 기획에서도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럼 이 창의적이고 중요한 역할에 전문적으로 임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기까지 같이 오셨다면 그게 누구일지 이미 잘 아실 것 같습니다. 바로 예술가와 기획자로, 메시지를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예술가, 시민과 행정가 사이에서 그것을 잘 연결하는 기획자, 이들 모두가 제 역할을 할 때,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예술가와 행정가, 기획자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도구화시킨다면 그 영향은 누구에게 가게 될까요? 궁극적으로는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의 대상인 시민들이겠지만, 행정가와 기획자, 그리고 예술가 스스로 역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자라고 할지라도, 서로의 역할에서 도움을 받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트시그널 울산시와 재단(행정)에서 후원하고, 기획자가 제안하며, 예술가들이 구현해냈던 문화·예술인 캠핑 프로젝트 '아트시그널'

이러한 배경 속에서, 행정가는 기획자와 예술가에게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의 일정 부분을 '지원사업'이라는 형태로 공유하게 됩니다. 물론 자신의 역할을 보다 잘 이해하고, 높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를 찾고자 '공모'의 형태를 띠기도 하죠.
우리들의 세금으로 지원사업,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정 누군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공공 서비스'라는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 수 있는지 말이죠, 결코 가벼운 역할도 아니고, 아무런 공부나 준비 없이 쉽게 접근할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번 달에는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를 이야기하기 위해, 전문성과 그에 따른 역할분담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획자와 행정가, 예술가에 대한 것도 알아야 했고, '문화예술행정'이라는 전문영역에 대해서 짚어야 했네요. "예술행정은 곧 예술"이라 했던 하비 쇼어는 놀랍게도 경영학자였습니다. 바로 앞에서 서로 각자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이번에는 국립 콜린느 극장 행정감독을 역임했던 알랭 에조그(Alain Herzog, 프랑스)가 했던 말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고, 행정가는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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