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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울산에서 '문화바캉스'!

다감이 윤경희

다감이 윤경희

‘집 나가면 개고생’, 요즘 각광 받는 피서지는 ‘방콕’이라고 한다. 집안에 콕 틀어박혀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시원한 수박을 쪼개 먹으면 임금님이 부럽지 않다나.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이 걱정이고 텔레비전 틀어놓고 소파에서 뒹굴었더니 여기 저기 온몸이 쑤시고 결리지 않는 곳이 없다. 또 에어컨 과다사용으로 냉방병에 전기료폭탄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만물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계절, 혹서와 게으름이 무색하게 울산에서 문화와 예술로 더위를 날려 보낼 방법들을 알아보았다.

일산 해수욕장 - ‘일산상설 무대’에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만나다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는 지난달 27일, 한국뮤지컬계 최고의 디바 최정원 뮤지컬 갈라쇼를 시작으로 8월 15일까지 매일 일산상설무대공연이 이어진다. 2018년의 타이틀은 ‘모여라 일산해수욕장’으로 기획공연을 비롯해 울산지역문화예술단체와 동구의 문화동아리들이 대거 참여하여 볼거리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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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볼 프로그램으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기량을 뽐내는 공연으로 ‘평생학습동아리 한마당’이다. 이 공연은 총 13개로 구성되는데, ‘동구평생학습동아리연합회’에서 주관하며, 연희자가 모두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다. 이들은 국악원, 주민자치센터, 동구문화원,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기량을 익혔다고 한다. 공연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노래, 악기 연주, 전통춤과 현대춤, 시낭송 등 장르도 다양하다. 13개의 공연은 풍물패, 태평무, 시니어 난타, 민요, 라인댄스, 청춘댄스(왈츠), 해피코러스, 독창, 7080메들리, 색소폰과 하모니카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에 태어나고 성장한 시니어 세대는 이후 화려한 시절을 지나 최근 문화의 변방에 머물렀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계층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평생학습동아리 한마당’은 그런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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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무대도 있다. 4일 ‘전국 B-BOY 배틀’과 12일 ‘청소년어울림한마당’이 그것인데 동구청소년문화원에서 주관한다. ‘전국 B-BOY배틀’은 전국에서 8팀이 경연에 참가신청서를 냈는데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공연이 됐다. 청소년어울림한마당 ‘비상구’는 명칭에서 이미 과도한 학업 경쟁에 내몰려 있는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문화의 변방에 머물러 있지만 어른들 못지않은 끼와 열정이 넘치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것은 지난달 29일 공연 ‘We are 1 in 일산’을 놓친 것이다. 이 무대는 울산에 있는 외국인들이 꾸미는 무대로, 각 나라의 전통무용과 노래를 선보여 문화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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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토,일 저녁 공연 후에는 ‘시네마 비치(Cinema Beach)’가 마련되어 있다. 국내 상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영화를 선정해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주민들의 여름밤을 위로해준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한 달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산해수욕장에는 다채로운 여름바다 축제가 계속된다. ‘별빛 달빛 낭만 concert’, 한국 시낭송 협회의 ‘파도가 전하는 예술무대’, 청소년들을 위한 ‘일산EDMPARTY’, 변진섭패밀리의 감성콘서트 ‘비긴 어게인’, 7080세대의 추억을 일깨우는 ‘응답하라1’988’, ‘한여름밤의 재즈’, ‘금관의 향연’등 기획공연도 다채로워 풍성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여름밤이 될 것이다.

작천정 별빛야영장 &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 시원한 작괘천에 발 담그고, 밤에는 별을 세는 산 속의 행복

산과 계곡이 좋은 사람들은 신불산 군립공원 작괘천 계곡에 있는 ‘별빛야영장’과 올해 새로 개장한 ‘등억알프스야영장’이 있다. 그리고 근방에는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까지 있어 산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복합지구로 부상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전경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전경

카라반 체험 캠핑을 하고 싶다면 ‘등억알프스야영장’을 권한다. 등억알프스야영장은 상북면과 삼남면을 거쳐 흐르는 작괘천 일원( 부지 41,248㎡)에 오토캠핑장, 곤충모양 카라반, , 산책로와 어린이놀이터, 벽천분수,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계류시설 등을 갖추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특히 곤충모양 카라반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하다. 내부도 침대와 주방시설, 에어컨, 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을 갖추어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급 팬션급 야영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시설 모두 선착순 예약 추첨제로 운영한다고 한다.

  • 등억야영장 곤충 카라반등억야영장 곤충 카라반
  • 등억야영장 카라반등억야영장 카라반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별빛야영장’으로 모여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송림이 그늘을 이루어 삼림욕하기에도 좋은데다 시설과 관리상태 모두 우수해서 찾는 사람이 많아 선착순 예약추첨제로 운영하고 있다. 불빛을 최소화해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곳,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작괘천은 수심이 얕고 바닥에 깔린 돌도 순하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한다. 야영장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피크닉장을 만들었다. 야영장 이용객이 아니라도 이용료만 지불하면 화장실과 샤워장 사용이 가능하다.

별빛야영장 캠핑장 모습 별빛야영장 캠핑장 모습

야영장 관리자 강송석 씨는 “일상에 지치고 찌든 마음의 힐링을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장소죠. 서늘한 숲과 시원한 물이 흐르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치유를 충분히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자랑과 함께, "그렇게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 곳에서 규칙을 준수하는 시민의식이 정말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외에도 근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내 산악문화센터 1층에는 ‘알프스시네마’가 있어 최신작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알프스시네마는 1개관에 100개 안팎의 객석을 갖춘 소극장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숨은 명소이다. 거기다 시설은 최신 멀티플렉스에 뒤지지 않아 기대해도 좋겠다. 영화는 하루에 5회 상영하고 관람료는 요즘 가격의 반값도 안 되는 5000원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이곳에서 ‘움프데이(UMFFday)’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 날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관련한 화제작을 상영하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는 이밖에도 산악테마전시실, 번개맨 우주센터 등 다양한 콘텐츠시설이 함께 있으니 가봄직 하다. 산속에 꼭꼭 숨은 작은 영화관,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는 결코 큰 것에 뒤지지 않는 <알프스시네마>, 매력적이지 않는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 http://all.ulju.ulsan.kr/ynawc/
·작천정 별빛야영장(신불산 군립공원 야영장) : https://camping.ulju.ulsan.kr/

남구 거리음악회 -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의 ‘거리공연’을 만나다

혹시 도시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거리공연을 만난 적이 있는가? BUSKING(버스킹)은 거리공연을 일컫는 명칭이다. 음악동아리나 무명 통키타 가수 등 젊은 음악인들이 아트마켓을 열어 걸립을 하던 것이 버스킹의 유래라고 한다. 서울의 홍대 거리가 유명해진 것은 거리공연의 영향이 크다. 요즘은 거리공연도 다양해졌다. 음악, 무용, 댄스, 마임이나 마술은 물론 행위예술인 퍼포먼스를 비롯해 연극까지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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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볼모지라 일컬었던 울산에서도 거리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울산대공원, 삼산사이(CYE)그라운드, 왕생이길, 삼산디자인 거리, 바보사거리, 태화강 동굴피아, 선암호수 무지개공원, 롯데광장, 늘푸른공원, 장생포 마을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라면 어디라도 예기치 않은 기쁨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고래문화재단 누리집에서도 남구거리음악회의 일정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는데, 올해는 10월까지 매 주말(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마다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2018년에는 벌써 서른세 번의 공연이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리집이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 남은 주말동안 이어질 공연에 앞서, 남구 거리음악회 기획가이자 감독인 이예진님을 만나보았다. 그는 ‘걷고 싶은 거리’를 ‘머물고 싶은 거리’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다감이 윤경희(윤): 공연자 섭외는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이예진 감독(이): 지금까지는 거리음악회의 정착을 위해시민들이 좋아할만한 예술가를 초청했어요. 그러나 제가 앞으로 추구하는 공연문화는 지역예술가들의 자생적인 거리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 윤: 서른세 번의 공연 중에 가장 성공한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나요?

· 이: 성공한 공연은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것이죠. 세 번의 공연을 빼면 대체로 성공했다고 봐요. 어떤 거리에서는 예상치 않게 다니는 사람이 적어 의기소침했는데, 공연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반응도 뜨거웠어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공연의 성공은 공연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공연자가 자기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의 요구를 알아채고 거기에 반응하는 공연자가 성공을 하더라고요. 결국 ‘요구와 욕구 사이’ 갭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윤 : 바람직한 거리공연 문화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 이 :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생활문화공연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기획에서 공연까지 민간주도의 ‘문화판’으로 가야합니다. ‘그들만의 공연’이 아닌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만들어가는 광장문화가 바람직한 거리공연문화죠.

장생포에서 펼쳐진 <거리음악회> 모습 장생포에서 펼쳐진 <거리음악회> 모습

· 남구 거리음악회 일정 : http://www.uwcf.or.kr/menu_03/01.jsp
· 공식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WhaleCultural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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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거리음악회의 표어는 "울산 남구 거리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한다. 머지않아 울산 남구의 거리는 회색빛 스쳐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총천연색 공간으로 탈바꿈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구거리음악회’를 기획한 고래문화재단에서는 남구의 도심공간에 거리공연을 위한 버스킹존을 지정하여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문화공간으로 삼겠다고 한다. 지역의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생활문화동호회의 공연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주민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거리예술 공연을 더욱 더 활성화시켜나가기 위해 음향장비나 앰프, 발전기 등 필요장비와 함께 스텝인력도 지원한다고 한다. 삶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남구거리음악회’는 한발 더 앞서 문화소비자인 관객이 다시 문화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 이제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나야죠. 축 처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면 일산해수욕장으로, 자연이 주는 휴식이 필요하다면 영남알프스가 병풍처럼 두른 작괘천 야영장으로 가요. 너무 멀다고요? 그럼 일단 슬리퍼를 신고 거리로 나서 봐요. 가까이서 ‘남구거리음악회’가 열리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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