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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52회 처용문화제가 끝나고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 기간 : 2018년 11월 3일 ~ 11월 4일 ※ 당초 10.5. ~ 10.7.에서 태풍으로 개최기간 변경
  • 장소 : 달동문화공원
  • 개막식 : 2018년 11월 3일(토) 오후 2시
  • 폐막 대동놀이 : 2018년 11월 4일(일) 오후 6시
  • 홈페이지 : http://www.ucityfesta.or.kr

같은 달에 정정윤 다감이가 처용문화제 학술심포지엄을 참석한 방문기와 함께 처용설화와 처용무 전통이수의 현시점을 풀어내면서 ‘울산시민의 생각이 곧 처용’이라는 좋은 의견을 피력했기에 본 기획은 다감이가 직접 처용문화제 현장을 보고 느낀 점을 기고하였다.

제52회 처용문화제 포스터

○ 간단히 짚어보는 처용문화제의 발자취

처용문화제는 처용설화의 발생지인 울산의 대표적인 시민축제로 1967년 4월 20일 울산시 승격 기념일에 맞추어 개최된 울산공업축제로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에 열린 제29회부터 처용문화제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올해로 무려 52회째를 맞은 울산의 가장 오래 된 전통문화축제다.
2017년부터 울산문화재단 주관으로 개최되면서 독립된 슬로건을 걸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첫해 ‘처용, 희망을 부르다’가 주제였다면 2018년에는 ‘처용! 미래를 춤추다’는 슬로건으로 희망과 화합, 도약을 상징하고,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의 역동성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 축제는 처용암에서 시작되다.
사진 처용설화가 깃들어 있는 처용암

처용설화가 깃들어 있는 처용암

‘처용암’은 남구 황성동에 위치하며 울산시 기념물 제4호로도 지정되어 있는 바위섬이다.
동해 용왕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와서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했고, 그 가운데 한 아들이 처용이었다는 처용설화가 시작된 발원지이다.

개막식은 달동문화공원에서 열렸지만 처용맞이는 3일 오전 10시 처용암에서 시작되었다.
처용문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성공을 기원하는 기원무 공연과 전통고유제 행사로 제를 올렸다.

처용암에서 올리는 처용고유제

처용암에서 올리는 처용고유제

울산신항공사로 처용암주변은 어수선 했지만 처용마을의 유지들이 때에 맞추어 제례복을 입고 고유제를 지내는 모습은 전통을 지키려는 정성어린 끈으로 보였다. 주최와 주관이 누가 되었든 다감이가 생각하는 처용문화제의 개막은 처용암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 내어 관광콘텐츠로 엮는 경우도 허다한데 유구한 역사가 담긴 설화를 간직한 곳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보전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참여한 사람과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평가는 온도가 다르다.

달동문화공원에서 펼쳐진 주요 프로그램은 각 단체의 행사 부스와 함께 어린이 사생대회와 어린이 골든벨행사가 있었고 처용을 주제로 한 발레극과 창작 처용무 초대마당이 있었다.
특히 처용창작콘텐츠 공모작에 당선된 세 공연이 이틀에 걸쳐 무대에 올라 참여한 시민과 흥을 나누었다. 3일에는 김진완 무용단의 ‘환타지 처용아리’가 올랐고 4일에는 국악연주단 민들레의 ‘처용! 찬란한 그대여’와 김외섭무용단의 ‘처용왕자! 바다를 건너다’가 처용무의 새로운 해석으로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 사진1.어린이 골든벨 우승 한진현 학생
  • 사진2.처용창작콘텐츠에 참가하는 발레팀의 아이들

  • 어린이 골든벨 우승 한진현 학생
  • 처용창작콘텐츠에 참가하는 발레팀의 아이들

다감이는 어린이 골든벨을 지켜보며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에 과연 누가 최후의 1인이 될지 궁금함에 끝까지 자리를 같이 했다. 좀처럼 판가름이 나지 않는 실력에 주최측에서 긴급 문제까지 만들어 가며 치러진 경합 끝에 최후의 1인이 된 울산 삼일초 3학년 한진현학생은 ‘정답’이라는 소리와 함께 그만 울어버렸다. 다감이는 어떤 프로그램보다 우리의 미래가 될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이 무대를 알리고 싶었다.

처용탈방에서 처용얼굴의 방향제를 선물 받은 아이들이 바삐 뛰어가더니 전통의상 체험장소에서 줄을 서 있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각 부스를 찾아다니며 즐기고 있었고 어른들도 공예전시부스나 각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을 돌아보며 주말을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체험프로그램이 비슷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조언을 하는 시민들도 행복한 가을 날씨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 사진. 플리마켓을 즐기는 시민들
  • 사진. 처용체험현장의 아이들

  • 플리마켓을 즐기는 시민들
  • 처용체험현장의 아이들

타 축제와의 차별성이 없어서 처용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사람들도 플리마켓이나 공예전시에 몰리는 것을 보고 축제에서 스테디셀러같은 장터행사는 축제의 흥을 돋우는 필수의 컨텐츠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평가도 다감이의 귀에는 개선의 여지를 기대하는 긍정적인 소리로 들렸고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로 들렸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비판은 걸러내고 참여한 시민의 고마운 조언을 귀담아 듣는다면 이 모든 평가가 고민을 거쳐 내년에 더욱 알찬 축제의 모습으로 찾아 올 것으로 믿는다.

울산문화재단 홍보사이트

울산 축제안내 사이트

○ 처용문화제가 열리는 기간은 울산거리가 "처용 처용"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다감이가 아쉬웠던 점은, 행사가 열렸던 달동 문화공원을 벗어나면 그 어디에도 처용문화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나 부처님오신 날은 말할 것도 없고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데이 만해도 한 달 전부터 울산이 들썩이고 어디를 가도 마치 일 년이 그날인 냥 홍보가 활발하다.

그런데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이고 문학적 가치로서도 의미가 높은 처용에 대한 전통문화의 위상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다감이가 느낀 설렘은 울산문화재단 축제홍보사이트에서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카운트다운뿐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 (적어도 축제기간만큼, 가능하다면 한 달 동안은 거리곳곳에 처용의 탈을 한 조형물을 달아) 시민들이 ‘아! 처용의 계절이 오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바람이었다.

행사장의 처용조형

처용문화제 행사 당일 설치된 조형물

행사당일도 처용맞이를 시작한 처용암에서 석유화학단지까지 이어지는 처용로를 행사장까지 성화 봉송처럼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어갈 수 있다면 개막식의 감동이 더하지 않을까? 지나치는 시민들도 그 순간에는 처용문화제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무모한 상상일까? 근해 앞바다에서 일 년에 몇 번 보인다는 고래가 울산 전역에 상징물로 쓰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처용으로 울산시민이 연결될 때

다감이는 이틀 동안 짬짬이 축제를 둘러보며 반가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운영부스를 지키는 울산문화재단 직원을 만났고, 문화기획을 공부하며 알게 된 울주문화원의 이상훈氏와 미술을 하는 최연우氏도 만났다. 웹진 취재를 하며 친분을 쌓은 학성 이야기통신꾼 양경애氏는 중구문화원에서 학성동백꽃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한방울타리 봉사단의 신용일氏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각 문화원의 부스에서도 한번 씩 스쳐 지나며 알게 된 분들이 서로 협조하며 문화제를 완성하고 있었다.

  • 사진1. 각 문화원의 운영부스
  • 사진2. 각 문화원의 운영부스

울산의 문화원별 운영부스 전경

울산문화재단에서 처용문화재를 총괄하는 문화사업지원팀장에게 “전 문화원이 협조를 잘 해 주네요”라고 하자 그는 “아닙니다. 협조가 아니고 같이 하는 겁니다. 주체가 따로 없어요. 폐막 대동제를 보시면 알겁니다” 라고 했다.

그 말대로 마지막 날 저녁에 펼쳐진 대동제에서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풍물단이 ‘중구’를 선두로 ‘남구’와 ‘동구’에 이어 ‘북구’가 중앙광장 안으로 들어서고 ‘울주’까지 울산의 5개 군구가 모두 다 들어서자 문화공원 전체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산업도시의 위엄이 되살아났다.

  • 사진. 폐막 대동제
  • 사진. 폐막 대동제

대미를 장식했던 대동제 모습

처용은 동해바다에서 개운포(지금의 울산)에 있는 처용암에 나타나 서라벌로 갔고 이 땅의 사람들과 가무를 즐기며 관용의 상징으로 오랜 설화의 주인공으로 남아있다.
처용이 어디서 온 사람이고 어디서 활동했든 그 문화를 전승하는 곳은 울산이고 해를 거듭하며 진통을 겪으면서 오늘의 문화제를 이룬 곳도 울산이다.

사진.젊은 열기를 더해 준 폐막식의 청소년민속놀이

젊은 열기를 더해 준 폐막식의 청소년민속놀이

작가 최항기는 소설 ‘처용’에서 한국역사상 최고 유행가로 ‘처용가’를 꼽았다. 오래 된 유행가로 남을지 현대판 처용으로 탈바꿈할 지는 문화인들의 협업으로 남겨 두고, 다감이는 가을이 오면 처용을 기다릴 것이다.

처용이 전해 준 포용심으로 축제를 완성하는데 동참한다면 타 지역민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연결고리는 시민의 손에서 나올 것이다.
오래 전 이 땅에서 가무를 즐겼던 처용이 울산시민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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