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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문화, 노트북만 들고 오세요.

- ‘스페이스코웍(Space Co-Work)’ 이종찬 대표 인터뷰 -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요즘 인터넷 용어로 세대차를 확인하는 놀이를 재미삼아 하는데, 문화용어도 잠깐만 쉬었다 오면 생성되고 바뀌기도 해서 검색이 필요하다. 지난달에도 새로운 용어 ‘모더레이터’를 접하고 검색을 해야 했다. ‘모더레이터’는 회의 등에서 사회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조장’에서 ‘멘토’까지 멈춘 뇌를 다시 활성화 시켜야 했다. 이번호를 준비하면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해 새롭게 공부했고, "지적재산에서 쌀이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 신선한 고민도 해 보았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내 집’, ‘내 사무실’, ‘내 차’에 대한 소유’의 개념이 강한 기성세대들도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체감은 많이 할 것이다. 이전에 ‘아나바다’로 통하던 것이 이제는 공유플랫폼을 통해 실생활에 넓게 쓰이고 있다. 제품이나 물건, 부동산 등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공유경제라고 한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비 형태인 셈이다. 공유경제하면 경제에 관련된 용어 같은데 문화예술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번호 취재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서울스퀘어

미국의 코워킹 대기업 ‘wework’의 서울스퀘어 지점 외관

다감이는 지난 9월 지역문화전문인력 대회에서 ‘문화예술트렌드전망’이라는 강의에서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처음 접했다.
약간 생소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공간 공유경제모델로, 일종의 공용사무실과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매개공간이라고 한다. 적은 비용의 임대료만 내면 회의실은 물론 프린터ㆍ팩스기 등의 사무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비용 등을 절약할 수도 있으며, 정보를 나누다가 협업하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경우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2000년대 중반, 변화하는 문화공간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지만 부동산에 대해서는 ‘소유’의 개념이 강했던 시기라 쉽게 흡수되지 못하다가 최근 공유경제가 확대되면서 문화예술트렌드로도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스페이스코웍(Space Co-Work)

전라지역의 공유공간인 ‘스페이스코웍(Space Co-Work)’를 보면서 문화예술의 영역과 접점은 무엇인지 답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소비자 입장으로만 바라봤는데, 공유오피스라는 공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일까 하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고, 이 트렌드는 단순 임대업일지, 문화예술분야와 접점이 있을지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다.

코워킹스페이스 전경

코워킹스페이스 전경 ※ 스페이스 코웍(대표 이종찬) 제공

마침 ‘스페이스코웍(Space Co-Work)’ 이종찬 대표가 지난 10월, 남구 대학로에 있는 공동체창의지원센터(코크리넷)에서 <지역에서 싹트는 코워킹문화>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전주에서 울산은 꽤 먼 거리다. 직통 열차도 없고 길도 막히는 주말에 이 대표를 어떻게 부를 수 있었을까? 콘서트가 성사된 것은 ‘코크리넷’ 최종환 국장의 노력 덕분이었다. 최 국장이 전주에 들렀을 때 우연히 스페이스코웍을 방문하게 되었고, 이 대표와 결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울산의 청년창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는 생각에 강의 부탁을 했고 이 대표는 흔쾌히 동서를 가로지르며 약속을 지켰다.

스페이스 코웍은 이종찬 대표가 2015년 10월 전주 혁신도시에 ‘스페이스코웍’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하고 창업한 공간이다. 문자 그대로 협업(Co-Work)을 하는 공간이다. 2018년 현재, 완주의 전북혁신점, 나주의 전남혁신점, 전주의 전북도청점까지 3개 공간을 운영중이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1호점은 전주와 완주의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전라북도 창업의 메카로 성장했고, 스페이스코웍은 호남권 최고의 코워킹오피스로 발돋움했다.

살롱문화 스페이스코웍

<살롱문화를 읽을 수 있는 ‘스페이스코웍’ 1호점(전주)> ※ 스페이스코웍(대표 이종찬) 제공

코크리넷에서 열린 콘서트 뒤 이종찬 대표와 궁금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페이스코웍'은 어떤 계기로 창업하게 되셨나요?

이종찬

<스페이스코웍 이종찬 대표> ※ 스페이스코웍 제공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건설회사 신규사업부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판교테크노벨리에서 직장생활을 마치고, 미국 실리콘벨리로 투어를 갔을 때였어요.
인상적이었던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팩에 맥북과 아이패드만 들고 다니는 거예요. 고정좌석이 필요없는 거죠. 공간이 유연해지면 일하는 패턴도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판교테크노벨리가 클러스터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모였듯, 공유오피스가 도시내 미니 클러스터 역할을 하며 기업들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고향인 전주도 한옥마을을 통해 관광객이 증가하던 시기였지요.
교통이나 숙박,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변화가 올 것 같았고, 그와 관련된 창업이 많을 거라는 예상도 되었죠.


또한 혁신도시라는 새로운 환경이 생기게 되어 공유공간 인프라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전북혁신도시에서 첫 공간을 만들었고, 새로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운영자로서 공유오피스의 유리한 점과 이용하는 소비자입장에서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소규모 팀이나 프리랜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때 회의실, 접견실 등과 같은 공용공간과 인터넷, 사무용기기, 프로젝터같은 시설을 공유하니까 물품구입비나 사무실 운영비가 줄게 되죠. 고지서관리나 공간청소, 택배우편물관리까지 서비스내용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거고요.
운영자입장에서 보면 일반 임대업에 비해 아무래도 공간의 사용자 수가 많으니 수익면에서 좋을 거고요. 공간을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으니까 버려지는 공간이 없어요. 예로 한 팀의 업무시간 종료 후 저녁시간에 그 라운지를 활용해 미술강좌를 여는 분도 있어요.

그렇다면 힘든 점은 뭐가 있을까요? 지역이라 홍보가 어렵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지역이다 보니 코워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죠. 입주업체 문제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경험한 사람이 적으니까요. 그래서 공간을 관리하는 인재 육성을 따로 해야 하고 직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지역대학과 연계해 현장실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요. 홍보는 스페이스코웍을 방문하거나 관계를 맺은 이천명이 넘는 분들에게 격주로 뉴스레터를 보내고 소셜미디어로 활동상황을 알리는 거죠. 운영진의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카페분위기_코웍

<‘스페이스코웍’ 1호점(전주) 전경> ※ 스페이스코웍(대표 이종찬) 제공

‘스페이스코웍’의 향후계획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흐름을 보면서 전략을 짜기는 하겠지만 단순히 지점을 많이 늘리는 확장계획은 없고요. 지역에서 요구하는 규모에 맞게 변하면서 지역친화적인 다양한 업종과의 연결이라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현재 185개 멤버사의 250명 정도가 입주해 있는데요. 21세기와 어울리는 열린 살롱문화를 접목해 멤버들간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협업문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공간사용외에도 코드스코라는 서비스솔루션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입주한 고객의 사업성장에 따라 필요한 파트너나 콘텐츠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로 공간을 최대한 활성화시켜야겠죠. 입주한 분들이 이곳에 오면 많은 것들이 있다고 비즈니스 다이소라고 하는데 맞는 말 같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코워킹과 문화예술에 접목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미래의 사회는 경제적 빈부의 차이만큼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아마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한 말일겁니다. 경제용어 같지만 문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미 예술분야에서도 ‘콜라보’는 많이 시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문화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연결되는 문화가 공간에서 촉진될 때 코워킹 문화가 활발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 인적네트워킹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적합한 연결을 잇는 것이 제 일이겠죠?

  • 코크리넷
  • 코크리넷)

토크콘서트가 열린 ‘코크리넷’

인터뷰를 마치고

코웍스페이스의 가치는 교류와 협업으로 서로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결국 사람이라는 말이다.
최첨단 서비스로 무장한 공간에서 나는 누구를 만나 무엇을 공유할 수 있을까? 아무튼, 한동안은 지속될 메가트렌드(사회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면 지금 울산은?

울산에서도 공간 공유플랫폼인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등록한 업체가 30여 곳이 있다. 그 중2018년 4월 오픈한 위앤비즈는 울산에서는 최초로 스페이스코웍과 같은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썸플래닛도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이용자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복합취미생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다. 성남동의 ‘3층집(뉴미들클래스)’도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코워킹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코크리넷’ 역시 비영리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청년창업자들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창업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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