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리뷰

중국의 공연문화예술 향연

-경극, 인상서호-

다감이 정정윤

다감이 정정윤

여러분, 가까운 나라 중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생각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저는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을 하고 높은 청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중국 전통 '경극'이 바로 떠오르는데요. 이번 중국 상하이에 해외파견 나와서 공연 관람한 후기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상해경극원

경극을 보기 앞서 상해경극원에서

상해에서 만난 경극

이번에 경극(京劇, Peking opera)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유네스코에서 2010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고 역사적 배경이라 특징에 대해 잘 설명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명 ‘베이징오페라(Peking opera)’라고도 불리는 ‘경극(京劇, 중국어 발음 : 징쥐)’은 창(唱, 노래)·염(念, 대사)·주(做, 동작)·타(打, 무술 동작)의 4가지가 종합된 공연 예술이다. 경극은 중국 전역에서 폭넓게 공연되고 있지만 특히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그리고 상하이(上海)가 경극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 <유네스코와 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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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 <삼도령>의 한 장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예술 공연과 비슷하게 중국의 젊은이들도 경극을 애써서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그 말과 무색할 정도로 제가 간 상하이 경극원은 매회 전석 매진된다고 하니 오늘날까지도 경극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매니아층을 위한 TV에 실시간으로 경극이 하는 채널이 있기도 하구요. 저는 상하이경극원에서 《三盗令》, 《小上坟》이란 에피소드의 경극을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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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盗 令 : 삼 도 령

제가 중국어를 아예 못해서 줄거리를 번역한 후 공연을 관람했는데요, 줄거리 자체가 고어체라 변역 앱으로는 정확하게 번역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국인이 줄거리를 보고 번역해준 말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三盗令》은 중국 송나라시대 때 혼란 속에서 삼도령 이하 몇 명의 군관들이 통행증을 얻기 위한 장면을 묘사한 경극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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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 上 坟 : 소 상 공

《小上坟》은 우리나라 고전 소설 《춘향전》과 비슷한데요, 남편이 과거시험을 보러 멀리 떠난 후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상을 치루는 도중에 과거에 급제한 남편이 돌아왔지만 세월이 흐른 서로의 얼굴을 낯설어서 옛 추억을 되짚어 보며 서로가 맞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묘사한 경극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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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上坟》의 의상은 백색의 의상이라 조명에 비춰져 더 아름다웠는데요,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초상을 치루는 장면이라 백색의 옷을 입은 거라고 하네요. 라이브 음악에 맞춰서 딱딱 맞게 정형화되어 추는 배우의 모습이 재밌습니다.


《三盗令》은 무장들이 나와서 무술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검, 창, 쌍검 등 다양한 도구들이 나오는데도 정말 전쟁 장면을 보는 것처럼 빠른 템포로 멋지게 대련하는 모습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도 “好!“ 하고 있더라구요.

저는 배우의 대사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부분 재밌는 장면이나, 배우의 합이 잘 맞는 장면이 나오면 이곳저곳에서 관객들이 “好!“ [hǎo]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우리의 전통공연을 볼 때 “잘한다!”, “얼씨구!” 등의 추임새를 얹어주면서 연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듯이 중국인들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추임새를 넣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상•서호(印象•西湖)

경극에 이어, 상하이에서 고속 열차를 타면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항저우 시에서 고대하던 <인상서호>를 관람했습니다. 항저우는 중국인들도 죽기 전 보고 싶은 10대 명소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런 항저우의 서호(西湖)는 희미한 안개에 둘러싸인 모습이 중국 4대 미녀 '서시'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서자호(西子湖)라고도 불리는 인공호수입니다.

인상서호
“맑은 날의 서호(西湖)는 비 내리는 서호만 못하고,
비 내리는 서호는 밤의 서호만 못하며,
밤의 서호는 ‘인상·서호(印象․西湖)’만 못하다”

서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을 인용해보았습니다. 저는 비 내리는 날 밤에 인상서호를 관람했는데요. 아름다운 서호의 풍경에 그걸 더 운치있게 비추는 형형색색의 조명, 빗소리와 어우러지는 비파소리는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인상서호는 ‘백사전’ 및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착예술공연입니다.

<백사전(白蛇傳)>은 백사 소정과 허선이 사랑에 빠지지만, 법해에게 들켜 탑에 갇힌다는 비극이고, <양산백과 축영대>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모두 중국 4대 민간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인상서호2

이 공연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니 〈상하이저널〉이라는 매체에서 <인상서호>를 포함한 중국의 7대 공연에 대해 잘 설명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링크 : http://www.shanghaibang.com/shanghai/news.php?code=&mode=view&num=50884)

우리나라에서는 한 채널의 TV여행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잘 알려진 공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상시리즈의 대단한 점은 무대라는 제한적 공간을 탈피해 어디서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 주변의 상권과 지역민을 배우로 출연시킴으로서 지역 마을 경제부흥이 공헌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전문성이 조금은 떨어질 수도 있으나, 지역민이 밤마다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그 많은 출연자들이 하나의 동작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을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상서호(빛)

빛이 쏟아지는 <인상서호> 공연 모습

전 같은 공연프로그램은 두 번은 잘 안보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주의 인상서호는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 전율적인 감동을 또 느끼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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