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인물

울산문화재단의 별미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요즘 배추하고 무가 얼마나 단지 알지?’, ‘굴하고도 환상궁합이다.’, ‘가덕도에 대구 사러 가자. 가덕대구는 사돈도 안준단다.’
일 년을 정리정돈하자는 모임에서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으로 ‘제철 음식’이야기가 나오자 겨울별미가 쏟아진다.
겨울이 이렇게 신나는 계절이었나.

2018년 3월에 시작한 웹진이 2018년 12월로 예정된 10회를 채우고 끝났다. 웹진도 건강하고 다감이도 건강하다.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제철 음식 먹기’라면 개인적으로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일에 ‘마감이 있는 생활’을 꼽고 싶다.

2018 웹진회의

특별 초대 손님과 함께한 웹진 통신원 기획회의 모습

‘마감’이 주는 행복

매일 마감이 있는 사람들은 세월을 빨리감기하는 것 같아 고통이라고 하는데, 자유기고로 한 달에 한 두 기사를 쓰는 나에게는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우리끼리 ‘일은 마감이 한다.’고 하는데 마감이 되어야 책상에 앉고 기사는 완성된다.

완성된 원고를 편집 팀에 넘기고 나면 그 때 기분은 딱 롤러코스터 타고 난 느낌이다.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공포영화와 롤러코스터는 우리 몸에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같은 물질을 생성하게 해서 쾌락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세포에 활기를 준다는 것이다. 다감이 일은 정기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마감 다음 날의 외출은 날아갈 것 같다.

이렇게 매달 완성된 웹진이 나오면 이번 호도 무사히 해냈다는 생각에 ‘그뤠잇’을 외치며 차곡차곡 문화저축을 하고 살았다.

다감이의 취재노트

웹진 통신원 ‘다감이’ 취재메모

‘명분’이라는 날개를 달아 준 다감이 활동

5월호 리뷰기사에 ‘울산에서 하는 재미있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도 정족수를 채운 단체에 가입이 안 되어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고 쓴 적이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모임이 없으면 정보를 얻는 것도 쭈뼛거려지는 건 사실이다. ‘다감이’라는 명찰은 혼자여도 쑥스럽지 않고, 어떤 행사에 가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태화강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여러 문화공간의 소식지도 꼼꼼히 보게 되었다. 울산도호부사 행차와 남부도서관의 성곽탐방기사도 취재가 아니면 참여할 용기가 없었을 것 같다. 처용문화제도 취재가 아니라면 그리 열심히 보았을까. 아마 지나가는 길에 잠깐 보고는, 무어라 섣부른 결론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취재를 위해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보니 비판과 함께 대안을 고민하게 된다. 축제를 기획한다는 것이 어디 보통일인가. 사람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데.

  • 처용문화제_조형물
  • 처용문화제_대동놀이

웹진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처용문화제 모습

스쳐 지나던 일상도 메모해 두고 자세한 내용을 검색해 보면 훌륭한 문화예술 소식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많고, 친구와의 수다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모은 자료는 나의 ‘말발’, ‘글발’이 되고 있으니 항상 주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소식이나 리뷰기사가 ‘명분’이 준 보람이라면 다감이 활동 중 가장 큰 수확은 인물인터뷰가 아닌가 싶다.

다감이가 만난 사람들

정리해 보니 2018년도 취재한 기사 중 인물 인터뷰기사가 제일 많았다. 12회 기사 중 5회가 인물인터뷰다. 다양한 연령에 다양한 분야, 다양한 스토리로 감동을 주신 분들이다.

웹진을 빛내 준 인물들

2018년도 웹진을 빛내 준 인물들

6월에 취재한 베트남 왕언니 양월계 씨와 11월에 취재한 전통춤 춤꾼 이정자 씨는 취재 후에도 계속 가슴에 짠하게 남는 분이다. 양월계 씨는 웹진 기사가 나간 후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울산여성사 아카이브’에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그녀가 바라던 자서전처럼 긴 이야기로 싣게 되었다. 이정자 씨는 취재 후 만나지 못했지만 늘 보고 싶은 분이다. 8월에 취재한 공간예술가인 김이화 작가는 자신의 꿈을 향한 주도적인 삶의 태도에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한편,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 인생 롤 모델을 찾았는데 9월에 취재한 영화제 프로그래머 최선희 씨다. 나도 어린 시절, AFKN과 ‘주말의 명화’를 이불 덮어쓰고 보았고, 지금도 영화광이니 그녀와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12월 인물인 ‘스페이스코웍’ 이종찬 대표는 지역인물이 아님에도 취재대상이 된 것은 변화하는 문화이슈에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는 진지했고, 기사작성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인물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울산성곽기사 취재차 만난 울산과학대학 이철영 교수님도 유쾌한 강의로 기억에 남고, 울산도호부사 행차에서 만난 ‘학성이야기 통신원’ 양경애 씨는 이후 다른 울산 행사에서도 여러 번 만나서 연락처를 모르는 막역지우가 되었다.

올 한해, 짧게 스쳐 지났던 얼굴들이 모자이크로 눈앞을 꽉 채운다. 다감이활동이 아니라면 만나기 힘든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

아쉬웠던 기획과 향후 웹진에 바라는 점

다감이 취재노트에 채택되었지만 계속 유보 된 기사도 있다. 향토시인 시비를 모아 싣자는 안이었는데, 복산동 손골공원에 있는 ‘서전 이상숙 시비’와 범서에 있는 ‘이태근 시비’까지만 조사되어 자료가 미비했다. 공공기관의 협조를 받아 숨어있는 향토시인의 시비를 더 찾는다면 좋은 문화자료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걸으면서 플라스틱을 줍는 ‘플로깅’도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즘 꼭 소개하고 싶은 단체였다.

기획회의 노트

매월 3달 전부터 준비하며 작성했던 기획회의 자료

나는 기사를 쓸 때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유머코드를 살리는 건 매번 실패였던 것 같다. 2019년 웹진에서는 ‘유머’가 가미되면 어떨까. 신문이나 종이 사보에서 연재만화를 넣는 것처럼 문화예술을 풍자하는 짧은 글이나 그림이 있다면 훨씬 친근감 있게 웹진을 볼 것 같다. 삼베바지 방귀 새듯 실실 웃으며 읽는 독자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오오 새로운 도전, UCGA(울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UCGA는 울산문화재단이 2017년에 전국 15개 기관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7개 지역문화 전문 인력양성기관 중 하나로 선정된 사업이다. 2기 모집공고를 보고 1기 과정에 대한 성과를 들었기에 지원하였고, 다감이 활동이 문화예술경력으로 인정되어 합격했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멘토링을 겸한 전문 강의와 함께 개별 기획실습까지 마치고, 10월 27일 성과공유회에서 2기 수료증을 받았다.

교육초반에는 문화기획이라는 분야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그만두고 싶었다. 미성년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도 있었고, 교육과정의 의도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개별 기획실습을 수행하던 10월까지도 계속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실습이 끝나고 결과를 PPT로 만들어 제출하자 그 동안의 과정들이 하나의 가닥으로 잡혔다. ‘하길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머릿속에 재미있는 문화기획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보문화기획자가 된 것이다. 우리와 남을 가르지 않는 문화기획자가 새로운 꿈이 되었다.

마치며

사람은 제조년월일이 같아도 유통기한은 다 다르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늘 깨어있고자 공부하고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감이로 활동한 2018년은 어제보다 젊은 나로 나의 유통기한을 신선하게 늘려주었을 것이다.
싱싱한 자유기고가로 다른 곳에 이력서를 낼 때 울산문화재단 웹진 리포터로 활동한 경력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다감이’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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