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야기

시민이 바라본 울산, 시민이 바라는 울산

- 문화도시 울산을 향하여 -

울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산업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자동차, 조선, 화학. 그 다음이 고래, 십리대숲, 태화강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울산은 산업도시로써 살아온 세월이 크다.
경제적으로 부유해 졌지만 산재와 공해로 도시는 삭막해 졌고, 일자리를 잃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도 잊은 채 다시 일터를 찾아 헤매인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지만 반대로 서로 간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무언가에 쫓기듯 빠르게 성장하는데 급급하다. 더욱이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이 산업도시로써의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번쯤 멈춰 서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다음을 모색할 때가 아닐까? 울산의 위기를 어쩌면 문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물음의 해답을 ‘문화도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문화도시‘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를 통해 도시의 창의성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시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는 도시로, 문체부에서 지정하는 법정문화도시를 말한다. 이는 기존의 행정 위주의 문화정책이 아닌 시민 주도의 문화정책을 스스로 성찰하고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 스스로 문화적 삶을 창안하는 문화정책이다.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 첫 단추는 시민 당사자의 라운드 테이블이다. 서로가 어떤 도시를 꿈꾸는지 그리고 어떤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지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 우리 도시에 필요한 것을 함께 고민하는 목소리는 자연스레 이어진다. 울산 시민이 바라는 울산은 어떤 도시일까? ‘청년, 신중년과 노동, 도시와 마을’ 분과별 라운드테이블에서 그들의 열띤 토론을 들여다 보았다.

‘청년’ 분과

지역 문화기획자, DJ, 작가, 창업가 등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활동, 문화를 형성하는 연결고리, 연대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교통이나 공간 등에 대한 실제적인 연대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시작되었다. 현장에서 청년을 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공간에 대한 집착보다는 청년 스스로가 의견을 내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간 조성 사업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실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 결국 공간이 없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어진 이슈는 ‘울산에 왜 거리 문화가 인식 받지 못하고 활발하지 못할까’ 라는 의문이었다.시민의 거리문화나 마켓에 대한 인식보다는 오히려 기획의 문제와 어딜가나 비슷한 마케터들이 주룬 이룬 곳에 정작 공방이나 예술가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울산시민들이 고수준의 전시, 공연, 행사 등을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단순한 기획으로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청년들은 먼저 개개인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혼자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울산만의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또 다른 화제는 문화도시로의 고민. 울산에서는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 않다. 그래서 단기적인 변화는 어렵겠지만, 공업 현장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 공연이라면 울산 청년들이 제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문화도시에서는 큰 방향에서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구‧군이 가진 자원이 서로 다르지만, 이를 산업적 요소로 통일한다면 힘이 생길 것이다. 여러 분야의 커뮤니티도 문화의 일환이다. 서로 뭉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조직의 범위를 키워나간다면 그 자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장이 될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라운드테이블의 참여를 통해 청년의 에너지가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중년과 노동’ 분과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분들의 울산에 대한 고민은 무엇일까.
울산은 노동과 문화가 단절되어 있다고 느낀다며 문화적인 부분이 시민의 생활 속에 가깝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물며 울산은 공원에서도 쉬는 곳이 없는 ‘일중독 사회’라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행사 또한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큰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공동체 활동을 하려고 해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놀고 있는 공간은 많지만 빌릴 수가 없다. 처음부터 삐까뻔쩍하지 않더라도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라든지 작은 인문학 콘텐츠와 같은 울산 구석구석 특성에 맞는 작은 볼거리나 공간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은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도 논점이었다. 실상 대기업 2, 3차 벤더에 근무하던 분들이 많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문화도시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강한 노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고쳐가며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하면 문화적 가치와 인력 창출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논하기도 했다.

‘도시와 마을’ 분과

‘도시와 마을’ 분과에서는 행정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지자체에서 중공업 등 산업 의존도가 높아 문화나 공동체 사업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울산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큰 매력이고, 소소하게 마을이라는 작은 공동체부터 살리는 것이 울산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나 공동체 사업을 진행할 때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상북마을에서는 상북초, 경의고와의 연계하여 주민과 함께 학교축제를 여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연스레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또, 북구에는 ‘세대공감 창의놀이터’라는 커뮤니티센터가 생겨 육아모임이나 마을공동체연구회를 만들어 주민 간의 소통도 활발하며, 동구에는 생활문화SOC, 마을관리회사, 다문화커뮤니티 등이 만들어지고 있는 등 울산 곳곳의 마을단위, 주민 활동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기획자 입장으로는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자생력과 지속력이 중요한 기준이되며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노동자에게 ‘문화’란 사치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다. 일자리를 찾아 8도에서 모여든 이주민과 선주민이 혼종된 도시. 울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서로가 다름을 인식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또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닌 터이다. 하지만 어쩌면 가까이는 내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웃과 자연스레 공감대를 가지게 되는 가운데 우리가 바라는 문화적 삶이 골목과 마을 곳곳에 움트기 시작한다면, ‘문화도시’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우리의 삶이 되어있지 않을까.

“우리가 변화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Georg C. Lichtenberg-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