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 일번지, '도서관'을 찾아가다

다감이 윤경희

다감이 윤경희

펑! 펑! 펑! 나무마다 꽃등불 켜는 소리 요란하네요. 칼바람 잘 견딘 생명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눈이 부신 계절입니다. 도시락 바구니 들고 꽃마중 가자고요? 아뇨, 나는 도서관 가요. 요즘 민화 그리기에 빠졌거든요. 저는 요즘 제가 그린 모란에 나비가 찾아드는 날을 꿈꾸거든요. 아, 친구는 시낭송가가 되려고 준비한다더군요.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는 일상에 저만치 밀려나 있던 문화적 감성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더라고요.

선바위 도서관

선바위 도서관에서는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스토리텔러를 위한 문예창작반’이 열려요. 다른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를 많이 읽다보면 언젠가는 자신도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더군요. ‘문예창작반’에는 창작의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개설한 지 몇 년이 되다보니 공모전에 당선되는 사람도 생긴다고 하네요.

선바위 도서관 선바위도서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텔러를 위한 문예창작'

3월에 개강한 ‘민화그리기’반은 이번에 개설되었는데요. 민화 속의 사물들이 가지는 의미도 배우고 직접 본을 뜨고 채색의 과정도 배워요. 옛그림 속에 담긴 상징을 알아가는 것도 수수깨끼를 푸는 것만큼 재미있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거실 귀퉁이에 모란병풍 하나쯤 세워두게 되지 않을까요.

아, ‘금요명화브런치’도 있어요. 미술용어를 키워드 삼아 예술의 다양성과 대중성이 있기까지의 여러 시도를 이해해보는 시간이라는 군요. 알레고리, 마티에르, 프리미티비즘, 데포르마시옹, 자포니즘, 대기원근법... 아르느보, 팝아트, 현대미술. 입에 붙지 않는 낯선 용어들이지만 16차시에 걸쳐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다보면 어느덧 갤러리에 드나드는 나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선바위도서관 '명화 브런지' 선바위도서관 '명화 브런지'
울산 남부도서관

남부도서관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영화 상영을 해요. 거의 전체 관람이 가능한 영화라고 하니 온가족 나들이로 남부도서관 어때요? 또 주말영화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한 달에 한 번 ‘남부시네마’를 통한 명화 감상도 있대요. 관람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은 ‘라온누림시네마토론회’가 매월 셋째주 금요일 모임을 가진다고 하니 참석해보세요. 영화예술계를 긴장하게 하는 고급관람객이 많아지겠어요.

울산 중부도서관

참 중부도서관에서는요.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동안 ‘시낭송으로 만나다’라는 강좌를 열어요. 이 강좌는 문화사각지대에 계시는 시니어들을 위해 개설했다는군요. 회원 대부분이 60부터 70후반이고 ‘글사랑학교’ 회원들도 다수 있어요. 이 분들이 중부도서관을 찾을 당시에는 한글을 읽지 못했대요. 삼 년의 시간을 도서관을 드나들던 어르신들이 문자를 깨우치고 초등학력 인정을 받으신 것은 물론 시낭송까지 하신다니 참 대단하지 않나요?

첫 수업이 있던 날, 올해 68세 고귀남 할머니는 “나는 나도 많고 마이 배우지도 몬했는데 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하고 자기소개를 했어요. 이 어르신도 수업이 끝날 즈음에는 낭랑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근사한 시 한 편 읊을 수 있겠죠? ‘누가 시 한 편도 외워 읊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다 하는가.

마치며
캘리그라피 선바위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책 밖을 나온 캘리그라피'

예술적 글자쓰기 ‘캘리그라피’는 도서관마다 거의 개설되어 있는 강좌에요. 대상도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하네요. 자기표현의 시대에 다른 사람과 구별 되는 재주 하나쯤 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글씨 하나에도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을 줄 안다면 그만큼 여유롭고 향기 나는 삶이 되겠죠. 4월말에는 드디어 울산도서관도 개관할 예정이라고 하니, 울산 전역에서 풍성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게되리라 기대해봅니다.

꽃향기는 백리를 가고 차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하네요. 코끝을 자극하는 꽃향기 잠시 물리고, 만리향을 뿜어내는 사람 되기 위해 도서관 문화강좌 프로그램 찾아가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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