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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그 이상의 가치

- 제52회 처용문화제 개최 기념 학술심포지엄 방문기 -

다감이 정정윤

다감이 정정윤

학술심포지엄 전경 사진

제52회 처용문화제 기념 학술심포지엄 전경

이번 태풍으로 인해 행사가 연기된 처용문화제, 그 얼마 전, 처용 학술 심포지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막연하게 처용은 대단한 인물로만 생각하다가 처용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들으니 생각지도 못한 처용에 대해 알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처용은 울산 시민 여러분들이라면 누구나 막연하게라도 아는 영웅적 인물인데요. 역사적 자료로 추론만 가능할 뿐, 확실하게 처용은 누구인지 모릅니다.
학자별로도 다양하게 추측하건데 우리는 어떤 연구자료의 처용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상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처용문화제의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발제 2인, 토론 2인, 의장1, 사회1 분을 모셔서 진행하였습니다.

○ 발제1 「처용설화의 재인식과 처용 춤의 문화자산 가치」
- 임재해(안동대 명예교수)

울산지역과 관련하여 처용설화와 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헌강왕대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러나 헌강왕대에 머문 채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면 고대문화의 역사적 이해에 갇히게 된다. 처용설화를 까마득하게 사라져가는 역사의 소실점에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여기 우리 곁에 끌어와서 현실 문제를 비추어 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 역사가 아니라 과거를 현재화하는 진보적 역사의식이 긴요하다.

○ 발제에 관한 토론
- 김형희(서원대 임상건강운동학과 교수)

궁중무용인 ‘처용무’가 동 시대의 문화자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처용탈춤이 아닌 시대에 맞는 양식으로 재창조하여 처용설화의 의미가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공명(共鳴)하고 세계와 관계하는 경험을 제공되길 바람. 상설공연장을 만들어 전 세계인들이 언제든지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술심포지엄 전경 우측 사진

제52회 처용문화제 기념 학술심포지엄 전경

○ 발제2 「살풀이를 통한 신명남-처용설화, 처용가무극희, 마당춤을 중심으로」
- 채희완(부산대 명예교수)
신명의 내재적 속성 - 미적 체험으로서의 신명

1) 신명이 그 속성을 지닌 그늘의 드러냄, 그늘의 맑음화, 정화, 마음의 씻음, 씻김, 치유, 신산고초의 한과 신성하고도 고결한 환희를 짚어낼 수 있다.

2) 또한 한국의 신명이란 현실 속에서 현실초월적 세계로 진입하는 비판적 초월임을 또다시 강조

3) 구속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민중적 소망에 내재한 생성으로서의 새로운 시공간 형성

4) 신명은 일과 놀이, 그리고 창작과 향수의 전일적 통일체로서 모든 생명을 포태하는 출산적 정취(mood) 고조된 민중적 미의식의 모체이다. 한국 전통춤의 형식원리이자 유형적 특징은 바로 우주 생명기운의 운행원리이자 영성적인 것이 빚어내는 역동적 균현으로서 궁궁을을의 무궁한 시공간성이다.

그러므로 신명은 이러한 형식원리뿐만 아니라 예술창조 과정에서의 내재적 충동으로서 열정, 열광, 영감, 그리고 향수체험으로서의 출산적 에너지인 동시에 작은 살림살이에 무한한 창조적 계기를 부여하는 우주적 생명체험이다. 어둠과 빛의 세계, 신산고초의 한과 신성하고 고결한 환희 그리고 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 등의 결합처럼 대립하는 것 사이의 이중교호적 얽힘은 한국 미 또는 한국적 미의시기의 핵심적인 특질이 아닐 수 없다.

○ 발제에 관한 토론
- 이강민(울산미학연구소 소장)

반세기가 넘는 처용문화제가, 그리고 세계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처용이라는 주제가 정작 울산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순히 처용문화제가 어떻게 하면 울산시민 혹은 전 국민에게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해서 인기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단기 ‘주사요법’이 아니라 처용문화제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주체를 형성하는, 그리고 축제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감을 주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1) 굿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 아니라 생활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라고 했다. 많은 축제가 이른바 즐기기 소비축제로 악순환에 이른다. 그렇다면 발표자께서는 ‘살풀이를 통한 신명남’을 처용문화제에 적용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는가?

(2) 세계적인 문화유산임에도 처용 문화 전승이 어려웠던 것은 기독교와 유교등 종교적 관점의 엄숙주의와 미신반대 기준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의 주장은 “처용이 보좌왕정을 하는 궁중 인물이고, 궁중인물의 아내와 간통을 하는 역신을 어쩌지 못하고 물러나와 춤을 추는 것이 처용가무라면, 이는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나타나듯이 신라귀족 생활의 문란한 성풍속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처용을 울산의 대표축제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악학궤범의 잘생긴 처용은 귀신을 쫓는 양재처용(禳災處容)보다는 춤으로 처용무를 관람하는 관처용만을 처용하고자하는 유교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축제는 축하와 제의가 결합된 것이다. 과연 종교는 곧 바람과 그 응답에 대한 믿음이다. 그렇다면 바람 없는 축제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면? 축제가 축하와 제의라는 한 민족의 문화이자 삶의 열망인데, 이처럼 이질적인 문화 충돌 상황에서 어떤 관점을 지녀야 할까?

학술심포지엄 전경 좌측 사진

제52회 처용문화제 기념 학술심포지엄 전경

여러분은 이강민 소장님께서 질문하신 내용에 어떤 답변을 하실 건가요?
채희완 교수님도 답변하셨지만,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닐겁니다. 울산 시민의 생각이 곧 처용이니 여러분께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감이는 심포지엄을 처음 다녀온 거라 그 형식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다만, 이왕 저명하신 학자분들을 모시고 할 거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포지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 정도로 아쉬움이 많았던 심포지엄이었습니다. 가령 처용을 주제로 한 단체나 개인 아티스트, 기획자와 시민들이 같이 들으며 열띤 토론의 장이 된 것도 아니고, 주어진 시간은 짧고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처용에 관한 역사적인 견해를 들어서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처용의 가치입니다. 울산에서 행해지는 처용문화제를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제로 부상시키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 현재 처용은 어디로? 처용무 이수자는?

부제목으로 넣을까 생각했지만 학술 심포지엄 내용이 너무나 좋았기에 이건 부수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처용'콘텐츠는 울산에 전해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이를 보존·전승하려는 지원은 열악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처용무는 고려와 조선시대를 지나며 궁중무용의 하나로서 현재 전승지가 서울이라고 합니다. 처용무는 신라 때 울산과 경주에서 시발되었다고 보는게 지대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처용무 이수자는 몇 명이고, 이 가운데 울산 출신은 몇 명일까요? 현재 처용무 이수자는 총 35명이고, 이 가운데 울산 출신은 1명으로, 대부분 국립국악원(서울)의 처용무 전수관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용무는 1971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한국어판)에는 "궁중 무용인 처용무는 예술 공연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되었으므로, 특정 지역이나 지리적 연고는 없다. 그럼에도 굳이 지리적 범위를 한정하여야 한다면, 고궁이 있는 대한민국의 서울(옛 이름은 한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등재되어 있어 처용설화의 바탕인 울산의 정보가 없습니다.

울산 시민들은 울산에서 행해지는 처용문화제를 울산을 대표하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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