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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즐기면 더욱 깊이 있는 전통주문화

다감이 윤경희

다감이 윤경희

2018년도 무술년이 저물고 있네요. 12월에는 성탄절과 송년회로 유난히 모임이나 회식이 많은 달이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거의 빼놓지 않고 술이 등장하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사랑은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라네요. 폭탄주는 지구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라고 하더군요. 문화와 예술 못지않게 술을 사랑하는 분들은 자기만의 제조비법이 있다고 하던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거기에 취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숙취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고 다음부터는 절대 무모한 허세는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잦은 비에 흙담 무너지듯 작심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죠.

적당한 음주는 부드러운 관계형성과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가끔 잘못된 음주로 인해 오히려 관계가 어그러지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해요. 가끔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데 수인사도 트기 전에 뭐가 그리 바쁜지 ‘부어라 마셔라, 술에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술에도 맛이 있고 향기가 있다는데 그것을 제대로 누릴 여유가 없는 메마른 술자리는 파한 뒤면 뭔가 빠져있는 듯 아쉽게 마련이죠. 그래서 연말의 바람직한 문화를 위해 다감이가 팔을 걷어부쳤습니다.

보리·밀 : 수제맥주, 맛과 향 다양함으로 승부한다.

건강한 음주문화의 첫 단추는 아무래도 풍미가 있는 좋은 술 아니겠어요?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은 발효주에요. 이번 취재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통주 가운데 맥주, 그리고 와인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수제맥주 회사 전경

울주 언양에 위치한 수제맥주 양조장 전경

먼저 맥주에 대해 알아보려고 울주 언양에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을 찾아 갔어요. 이 곳에서는 신선한 원료를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고 있어요. 순수 대한민국 ‘크래프트 맥주’라고 하네요. 맥주는 보리를 물로 싹 틔운 후 말린 다음 그 싹을 잘라낸 맥아, 효모, 홉, 물 네 가지를 재료로 만든다고 합니다.

카페 내부

샘플러를 시음했던 카페 내부 모습

이 네 가지 배합으로 맛과 향이 다른 여덟 가지 맥주를 생산하는데, 언양 양조장(Brewery)에서 만난 황찬우 과장님이 다양한 맥주 시음 기회를 주셨어요. 곡물의 종류와 발효방식, 재료의 배합 정도를 달리한 라거(Lager), 밀맥주, 흑맥주 등, 여덟 가지 맥주는 색깔과 맛, 향이 모두 달랐어요. 과일향이나 맛을 내는데 필요한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는데도 자몽이나 레몬 맛, 초콜릿 맛이 나고, 가볍고 상큼한 맛, 깊고 묵직한 맛, 고소한 맛 등 다양한 맛이 난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맥주와 수제 맥주는 풍미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요.
시판 공장맥주는 유통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질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효소 외에는 모두 불순물이라 여겨 걸러낸다고 하는데, 이 때문이 생기는 차이라네요. 물에 비유하자면 미네랄이 풍부한 물과 증류수(또는 정수)의 차이라고 할까요.


또 수제맥주의 매력은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공장맥주는 대규모 설비여서 한 번 만들 때 많은 양을 만드는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잘 팔리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맥주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맛의 다양함을 추구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수제맥주는 통상 양조장이 소규모 설비로 적은 양을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이 덕에 다양한 맛과 풍미를 지닌 맥주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해요. 다양함과 개성을 추구하는 세대에 딱 맞는 트렌드를 수제맥주가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수제맥주 양조장

맥주를 만들어내는 양조장 전경

포도 : 와인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자, 이번엔 와인의 세계로 한 번 빠져볼까요. 소믈리에 이정은 씨를 만나 와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프랑스 말 중에 ‘마리아주’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marriage’인데, ‘와인이 음식과 결혼한다’는 의미로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중요함을 말하는 거래요. 이를테면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과, 레드 와인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고 흔히 말하죠. 와인이 음식을 먹을 때 입맛을 돋우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거죠.

와인은 국과 반찬이 있는 전통식탁에는 맞지 않고 단품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물 문화인 우리의 식습관에는 와인이 맞지 않는다네요. 유럽에서의 와인은 우리 식탁에 된장국 같은 의미라고 할까요. 치킨이나 잡채, 햄버거 등을 먹을 때 와인을 곁들여보세요. 탄산음료보다 건강에도 좋고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요. 요즘 우리 식탁 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 와인에 대해 알아두면 좋겠죠?

일단 마트나 백화점의 와인 매장에 가면, 이름도 낯설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니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막막한데요. ‘싸면서 좋은 와인은 없다’가 진리래요.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는 나라 사람들도 좋은 와인은 특별한 날에나 마신대요. 그들이 일상 마시는 와인은 한 병에 5000원을 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 너무 고급와인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런데 어떤 와인을 사야할지 고민이죠? 먼저 내 입에 맞는 품종의 와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원료인 포도의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까요. 와인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품종은 몇 가지 안 된다고 하네요.
와인을 살 때 세일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세일로 산 와인은 되도록 빨리 마셔야 한다고 해요. 맛과 향이 가장 좋은 시기가 지난 와인을 세일을 통해 판매한다고 하니 이 점에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인은 개봉하면 일주일 안에 마시는 게 좋다고 하네요. 참, 마시다 남은 와인은 코르크가 와인에 잠기도록 병을 눕혀서 보관하라는군요. 코르크가 마르면 부서져서 변질의 원인이 된다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와인 만들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수제 포도주는 담금주에 포도를 넣거나 포도에 설탕을 재워 발효시킨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와인이라고 보기 어렵대요. 왜냐하면 와인은 물이나 첨가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와인의 재료인 포도는 식용과 양조용이 달라요. 양조용 포도는 껍질도 두껍고 알이 작으며 당도도 높대요. 우리가 먹는 포도는 식용으로, 당도가 낮고 수분이 많아 와인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도 약간의 설탕으로 당도를 보충하는 등의 융통성을 부려 와인을 한 번 만들어봅시다.

와인 만들기
재료: 갓 수확한 싱싱한 포도, 아황산염, 베보자기, 헝겊, 플라스틱 용기, 병
  1. 터지거나 무른 것이 없는 싱싱한 포도를 줄기에서 알을 분리한다.
  2. 포도알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손으로 으깨어줘요.(포도알 세척 금물, 포도 표면에 하얀 분은 농약성분 아님. 수확을 앞둔 과일에는 농약 살포하지 않음)
    플라스틱 용기에 60~70%만 차게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로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때 아황산염 넣음(지나친 발효로 식초가 되는 것 예방).
  3. 용기의 겉면을 깨끗이 닦은 뒤, 바람은 통하지만 먼지나 벌레는 못 들어가게 헝겊으로 덮어요.(오픈발효과정, 발효적정온도 25도)
  4. 하루에 한 번 꼭 저어준다.
  5. 포도껍질이 희끄무레하게 변하고 둥둥 뜰 때, 베보자기를 이용해 액체와 건더기를 분리한다.
  6. 포도용액에 맞게 아황산염을 조금 더 추가한다.
  7. 밀폐 발효 (안의 공기는 밖으로 밖의 공기는 차단) 적절한 용기가 없는 경우, 공기층이 없도록 용액을 병에 가득 채움.
  8. 병 아래쪽에 침전물이 생김. 세 번에 걸쳐 맑은 액만 두고 침전물은 버림.
  9. 완성된 와인은 냉장보관.
쌀 : 막걸리, 전통발효주의 세계를 찾아가다

막걸리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통주 연구와 저변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다운동을 찾아갔어요. 그곳에서는 약재를 넣어 직접 담근 단양주를 맛볼 수 있었어요. 다감이를 맞이해준 황정의님은 손님이 술을 주문하면, 맛있게 마시는 방법과 곁들이면 좋은 안주를 함께 소개하기도 합니다.

전통주

계속해서 다양한 종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전통주의 세계

“전통발효주는 곡물과 누룩, 공기 중에 떠도는 효모와 좋은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신의 선물입니다. 술맛이 깊어지고 풍부해지려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익균인 다양한 효모들이 필요해요. 누룩에 들어 있는 효소가 당을 분해하며 발효될 때, 이 공기 중의 유익균이 들어가서 어우러지죠. 그 시간이 오래 걸려요. 술의 풍미는 공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종류의 효모균에 의해 결정되거든요.

그런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술은 대게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실험실에서 배양한 입국균 한 종류만 써요. 효율적이긴 하지만 풍미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죠. 이 단점을 보강하려고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어요. 말하자면 술에다 인공감미료를 치는 거죠. 술을 살 때 인공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사세요. 첨가물이 들어간 술은 풍미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숙취도 오래 가고 해독도 늦어요.”

도가

전통주의 명맥이 이어지는 다운동에서 한 잔

황정의 씨는 조상들이 집에서 담가 마시던 '가양주'의 주조방법이 이어지지 않고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어요. 전통 있는 가문에는 ‘봉제사와 접빈객’을 위해 담그던 가양주 비법 하나씩은 전수되어 왔다고 해요. 그는 지금도 전통비법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주 장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정도로 전통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 천연발효주를 값싸게 공급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한 덕분에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전통주를 구비해 놓고 있어요.
그는 ‘술은 같이 마시는 사람과의 교감’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알콜에 취할 것이 아니라 좋은 술의 맛과 향에 취하고 같이 나누는 사람에 취하는 것이 전통주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단양주(막걸리) 빚는 법
준비물 : 쌀 1kg, 분쇄된 전통누룩 300g, 생수 1L (끓여서 식힌 물), 3L 소독된 용기 (항아리, 유리, 플라스틱 등), 스탠대야, 주걱, 채망, 면보
(기구는 부패균을 차단하기 위해 소독을 하는데, 끓는 물에 헹구는 방법을 쓴다.)
  1. 쌀 1kg을 쌀뜨물이 안 나올 정도로 씻어 3시간 정도 불린다.
  2. 불린 쌀을 찜솥에 40분가량 쪄서 체온보다 낮을 정도로 식힌다.
  3. 스탠 대야에 고두밥, 분쇄된 전통누룩 300g, 생수 1L를 붓고 충분히 저은 다음 발효 용기에 넣는다.
  4. 면보로 틈새가 없게끔 용기를 덮는다.(고무줄, 끈 등을 사용)
  5. 직사광선을 피해 25℃ 전후의 공간에 둔다.
  6. 발효 1~2일차에는 약 12시간마다 한 번씩 잘 저어준다.
  7. 3일차부터는 최대한 건드리지 말고 밥알이 다 삭을 때까지 기다린다.
  8. 1~2주 후 밥알이 모두 삭아서 위에 맑은 액체가 보이면 채망에 술을 거른다.
  9. 기호에 맞게 물을 타서 희석하거나 당류, 청 등을 섞어 냉장보관하여 마신다.

※ 팁과 주의사항 : 깨끗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하면 술이 발효되지 않고 부패할 수 있습니다.
발효과정 중에 탄산이 생기므로 내압병이나 페트병에 넣어 냉장보관 합니다.
실패확률을 줄이려면, 전통누룩을 1~3일 정도 햇빛에 말렸다가 사용하고 누룩을 50~100g정도 더 넣으면 됩니다.

기다림 한 잔

부산에서 양조한다는 막걸리 한 잔

술은 ‘한 잔은 약, 두 잔은 술, 세 잔은 독’이라는군요.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고 건강한 법제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분과 함께 알콜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니 과음은 삼가야겠죠? 잠자리에 들기 전, 소주잔으로 한 잔의 양은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약이 된다는군요.

특히 겨울철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손발이 찬 사람들은 염두에 두고 실천하면 좋을 것 같네요.

자, 지금까지 곡물(보리, 밀, 쌀)과 과실(포도)라는 각각 전혀 다른 재료에서 유래한 전통주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알아봤습니다.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방식이었지만 하나같이 '술(酒)'이라는 것을 창조해낸 선조들의 지혜와 유사성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기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이번 기회에 이렇게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까지 다루고 나니,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한겨울을 배경으로 한 잔 걸치는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그때도 "좋은 사람들과 먹는 것이 최고의 안주"라는 대사가 나왔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 그 속에 전통문화가 촉매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수제맥주 : 트레비어(울주), 황찬우 과장님
   · 포도주(와인) : 소믈리에 이정은님
   · 단양주(막걸리) : 운곡도가(다운동), 황정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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