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여기저기

뷰티 인:사이드 / 공간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

토로토(土로土)의 저녁
- 굿세라 협동조합 -

현대인들은 아주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걱정이 앞서는 상황에서도 현대인들은 답답한 마스크에 의존한 채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마음을 돌보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취미이다. 잠시라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이 있다면,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나지 않을까.

최근 사회 전반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여가시간에는 오롯이 본인만을 위한 취미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울산은 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근로자의 수가 많다. 그래서 울산문화재단은 ‘근로자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근로자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은 공모로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을 선정해,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울산지역의 ‘근로자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은 5개의 문화예술단체가 운영하고 있는데, 참여자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없이 ‘워라밸’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10월 현장여기저기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5개의 문화예술프로그램 중 하나인 ‘흙’과 함께 하는 특별한 하루, 굿세라 협동조합의 ‘도자 체험’을 소개한다.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굿세라 협동조합

‘굿세라 협동조합’은 지역의 도예가 6명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굿세라’라는 이름은 좋은이란 뜻을 가진 ‘good과 도자기란 뜻을 가진 ‘ceramic‘의 합성어이다. 굿세라 협동조합에서는 ‘토로토(土로土)의 저녁’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일과로 지친 근로자가 퇴근 후에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흙으로 힐링을 빚다

흔히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세상사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자연과 함께 힐링하는 방법도 있다. 도자기가 그렇다. 도자기는 사람이 흙과 불이라는 자연을 활용해 만드는 예술품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자연과 교감하며 새로운 쾌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굿세라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토로토의 저녁’이 추구하는 가치가 바로 이것이다. 일상에 지친 근로자들에게 흙이 주는 위로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굿세라 협동조합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도자기 제작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참여하는 근로자의 대부분 도예를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이라 ‘흙’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굿세라 협동조합은 ‘흙’과 친해지는 시간부터, 도자기 만들기, 전통 차 문화 즐기기 등 도자기와 관련된 다양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런 시간을 통해 근로자들은 도예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나아가 예술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경지까지 이르게 된다.

  • 내 손 끝에서 탄생한 도자기

  • 지난 9월 3일, 아기자기한 도자기가 가득한 공방으로 들어섰다. 열 명 남짓한 여성과 소수의 남성이 도자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 이날은 다도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다기를 만드는 날이었다. 이 수업은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이 된다. 강의와 체험으로 진행이 되는데 총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참여자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흙을 만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도자기는 정도(正道)를 지키는 예술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해야 흙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흙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기물의 모양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 기물에 유약을 바른 후, 가마가 있는 다른 공방으로 보내면 몇 주 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도자기가 탄생된다.

고된 하루를 씻어 내리다

‘토로토의 저녁’에는 도자도 있고, 차도 있다. 따뜻한 물로 정성껏 우려낸 차를 제대로 된 다기에 담아 마시는 시간. 참가자들은 일상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만족감과 힐링으로 충만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다기와 함께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는다. 그만큼 마음은 가벼워진다. 공방을 나서는 참여자들의 발걸음은 내일에 대한 기대로 살짝 설레어 보인다.

  • Interview

    배도인 도예가•‘토로토의 저녁’ 주강사

  • 「흙」은 정확히 무엇인가?

    우선 도자를 배우기 전에 흙이라는 친환경 소재를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흙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한다. 내가 표현한 흙덩어리를 보고 서로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예술성을 표현한다. 도자를 만들 때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이며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표현할 때 도움이 된다.

  • 근로자들에게 어떤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하는가?

    근로자는 사회의 일원으로 삶을 살아나간다. 하지만 어느 곳에 있든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문화·예술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자는 생활 공예이기 때문에 다루는 것이 어렵지 않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을 표현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탐구했으면 좋겠다.

    문화예술교육이 근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거라 생각하는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삶의 여유를 즐기려고 한다. 사람들이 도자공예라는 새로운 취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 삶의 질이 높아졌으면 한다.

현재 울산문화재단은 ‘굿세라 협동조합’과 같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아 문화예술교육’, 아동, 청소년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세대 문화예술교육’ 등 전 연령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앞으로 울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울산 시민이 문화예술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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