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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강림하다.

다감이 박아현

다감이 박아현

2017년 10월 14일 제51회 처용문화제가 태화강 대공원에서 열렸다. 처용문화제는 1967년 4월 20일 울산공업축제로 시작해, 1989년 시민의 날 27주년 기념 시민대축제가 되었다가, 1991년부터 처용문화제로 개칭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처용설화는 신라 제49대 헌강왕(憲康王) 때 처용(處容)에 관한 설화로,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에 실려 전해진다.
그 내용에 따르면 나라가 태평을 누리자 왕이 879년에 개운포(開雲浦) 바닷가로 나들이를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덮이면서 갑자기 천지가 어두워졌다. 갑작스런 변괴에 왕이 놀라니 날씨를 관장하는 한 관리가 대왕 앞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아뢰기를 “이것은 동해용왕의 짓이므로 좋은 일을 행하여 풀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용을 위하여 절을 짓도록 명한 후, 바로 어두운 구름이 걷히자, 동해용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었다. 그 중 하나가 왕을 따라오니, 곧 그가 처용이었다. 왕은 그를 경주로 데려와서 미녀와 짝지어주고 ‘급간’이라는 벼슬을 주었다. 이 아름다운 처용의 아내를 역신(疫神)이 사랑하여 범하려 하자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더니 역신이 모습을 나타내 잘못을 빌고,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 태화강 대공원
  • 태화강 대공원

처용문화제는 공업축제로부터 비롯된 축제답게 지역의 ‘착한가게’ 상인들과 함께 어우러진 다양한 부스들이 많았다. 작은 공방들이 모여 하나의 거리를 이루어 동화 속 상점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으며, 반대편으로는 지역 커리커쳐 예술가들이 즉석 초상화를 그려 줄 수 있도록 해 놓았고, 그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그림들이 걸려 있어 하나의 아틀리에는 보는 느낌이 들었다.

처용문화제 공연

축제장에 들어서는 만남의 광장에는 작은 상설무대가 설치 돼 있었다. 버스킹 가수가 노래를 불러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고, 개중에는 흥에 겨워 앞에 나와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어려운 가곡 같은 것이 아닌 쉽게 접할 수 있는 트로트여서 어르신들이 더 좋아했고, 꼬마친구들도 앞으로 나가 가수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관객매너가 돋보였는데, 가수의 노래를 즐기면서도 무대로 뛰어나가는 돌발행동을 하는 시민들은 없었다. 이 작은 상설무대는 쉬지 않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축제를 즐겁게 하는 작은 이벤트였다. 꼬마친구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 사회자가 적절이 조절하여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해, 그곳은 축제 내내 늘 사람이 북적거렸다.

처용문화제

작은 노점상과 커리커쳐 예술가가 있는 거리가 끝나는 지점엔 울산대학병원에서 직원들이 나와 암예방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울산대학병원의 호스피스에 대한 설명을 함께 곁들여, 울산 시민들에게 호스피스에 대해 알리는 활동이었다. 그 곳 역시 중간 사이즈의 무대와 객석이 설치되어 축제를 즐기러 온 시민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어 주었다. 무대에서는 계속해서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 처용문화제
  • 처용문화제

조금 더 깊게 들어가니 울산의 5개 구군에서 체험부스와 전시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중구와 남구, 북구와 동구, 울주군까지 각각의 부스에는 체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울주군에서는 역사문화체험과 매듭묶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고, 중구에서는 울산 동백꽃 만들기를 주제로 한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처용문화제

남구에서는 패브릭과 연만들기 체험부스를 운영했고, 북구 역시 풀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풀무를 가져다 놓았다. 뿐만 아니라 북구 문화를 알리기 위한 소책자도 시민들에게 함께 나누어 주고 있었으며, 울산의 독립운동가 박상진의 일대기를 울산애니원고 학생들이 만들어 씨디로 배포하기도 했다.

  • 처용문화제
  • 처용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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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의 체험부스를 지나면 울산의 무형문화재인 장인들의 부스가 있다. 죽림산방의 울산무형문화재 3호 모필장 김종춘과 김현우의 처용탈방이다. 모필장의 부스에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든 붓들이 걸려 있었다. 캘리그라피나 서예 민속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날만한 붓들이 많이 전시 돼 있었다. 처용탈방에는 여러 디자인의 처용탈들과 장식용 토기들이 전시 돼 있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처용탈방 입구에는 그의 작품을 소개한 책자가 무료로 배포되고 있었다.

  • 처용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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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들을 모두 구경하고 나면 축제의 꽃인 대형무대가 설치 돼 있고, 그 주변으로는 푸드트럭들이 있어 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대형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은 처용에 관련한 뮤지컬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배우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리허설만으로도 처용의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올해 출범한 울산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주관하여 개최된 제51회 처용문화제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개최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을 분리해서 울산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다. 울산의 처용설화에 배경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처용문화에 걸맞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 눈에 띄었다. 개막 주제공연에서는 ‘처용무’ 정재 원형을 선보이기 위해 처용무예능보유자와 처용무 보존회가 참여하는 무대가 마련됐고, 주제전시관에는 1931년에 촬영되어 국내서 가장 오래된 ‘처용무’ 영상을 문화관광안내도우미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잇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처용문화제

또한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울산대표로 참가하는 전통 민속놀이 경연대회는 올해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각 구군의 시민이 경쟁과 화합을 통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 날에 진행된 폐막 대동놀이는 시민대화합의 한마당 잔치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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