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칼럼

불씨만 남아 있는 문화예술!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샛별 (울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

멈춤이 없는 코로나19 상황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 1월 20일로 기억한다. 코로나19는 대구를 시작점으로 하여 연이어 수도권 지역으로 불꽃처럼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전체지역으로 확산하여 약 9개월 만에 2만여 명이 감염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노년층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령대와는 상관없이 그 위험도나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미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즉 암이나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위험도가 더욱 크다고 한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어 우리는 누가,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아무도 모르는 채 막연한 두려움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물론 세계적인 석학들이 앞다투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100%의 완벽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는 그동안 당연시했던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경험한다. 가령,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방문하는 것은 그동안은 너무도 당연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심지어 지난 명절에는 그리웠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방문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부 활동의 제한, 물리적인 이동의 제약 등은 문화, 경제, 사회 등 인간의 모든 활동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와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한 공동체 문화의 결여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앞으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미 비대면 환경의 익숙해진 사회적 문화를 이전처럼 돌이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 점에서 가장 염려되는 분야는 문화예술이 아닐까 한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펜데믹 상황에서 문화예술의 소비 주체 수의 감소 추세는 개인 창작 활동을 비롯하여 제작, 유통, 공급 등 전반적인 문화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시설 봉쇄, 엄격한 방역지침 등은 문화예술 공연의 지연이나 잠정 보류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각종 문화시설의 휴관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 공연자 개인과 그들 가족의 삶, 그리고 문화 공간과 시설 운영 등에 있어서 심각한 경영난이 야기된 것이다.

문체부가 실시한 '공연예술분야 피해 전수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영이나 운영 등에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기관은 8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피해분야는 공연 취소나 연기, 매출액 감소, 공연관람객 감소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프리랜서, 계약직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예술인들은 소득 감소를 넘어 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문화예술가나 예술단체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해 철저히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예정대로 공연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이나 관람 수는 상당수 감소하였다. 이로 인해 문화공연 수는 더욱 감소 추세에 있으며 그마나 유지되고 있던 문화예술 및 공연 공간들도 사라지고 있어 이는 문화예술 분야의 위기 중 위기라 할 수 있겠다.

지난 2월 20일,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서 공연업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문체부는 3차 추경예산을 3,469억 원으로 확대 발표하며 예술인 일자리, 할인소비 쿠폰, 한국판 뉴딜사업 등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예술인 긴급생활자금 융자와 공연을 위한 소독, 방역용품, 휴대용 열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정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그 이유로는 문화예술 분야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개인보다는 단체로, 그리고 간접적인 체험보다는 직접적인 활동으로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소통하는 활동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지역 예술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된다.

앞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문화예술의 위기감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계가 맞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예술인 실태 및 전수조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예술인들이 겪는 구체적인 피해를 정확히 추정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의 꽃은 피우다

이처럼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 문화예술 분야이지만,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논의와 해결 전략을 모의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이 주가 되었던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공연, 전시, 축제 등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하여 국외에서도 발코니 콘서트, 드라이브인 버스킹, 온라인 공연, 가상전시, 웹 기반 축제 등 물리적 제한에 저항하는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발코니 콘서트는 이탈리아에서 플래시몹 형태로 이뤄졌으며, 세계 피아노의 날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이 기획한 가상 콘서트에 조성진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집과 연습실에서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국공립 예술단체와 기관을 중심으로 공연 스트리밍 붐이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BTS의 온라인 콘서트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조회 수와 수입을 거두었다. 그 외 클래식 랜선 라이브 콘서트인 ‘방구석 클래식’과 ‘방구석 탈출 클래식’ 등은 그동안 예술 공연에 목말랐던 관객들을 위로해 주었다. 이처럼 공연기획자들은 비록 관객들이 공연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화질, 고음질의 공연 실황 콘텐츠를 개발하여 공개하고 있다.

춘천에서는 ‘온라인 100인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피해사례와 극복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의 어려움을 온라인으로 대안을 찾는 등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단절, 불편함과 불안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위로와 안식을 선물하고 있다.

상생 및 공생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의 필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1단계로 낮춰졌다. 하지만 그동안 겪어왔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과 창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피해사례를 신청받는 수준이나 단순한 조사 차원이 아닌 예술가와 예술단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구조화 및 정량화된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는 등 최선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문화예술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각각의 생태계의 균형적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프리랜서를 보호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이 공표한 긴급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총 500억 유로(약 68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의 지원에 책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음악가, 사진가, 작가, 통 번역가, 사회자, 소규모문화예술 단체 등 다양한 종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주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도 살펴보자면 베를린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을, 소규모 사업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두 종류의 긴급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바이에른주는 중소규모 회사를 대상으로 최대 3만 유로 지원금을 제공하고 5명까지는 최대 5,000유로를 지원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된 사람에게 최대 2,000유로를 지원했다. 이처럼 독일 내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필요 대상에게 즉시 지원하였다. 그리고 예술가뿐 아니라 소규모 문화예술단체를 살리기 위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책 및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고용과 생활 안정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국회에서 통과는 되었으나, 적용 범위와 대상은 다소 제한적이다. 다소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구체적인 예술인 복지제도 및 지원 정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상생과 공생을 위한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 전략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 필자소개

    이샛별 실장/연구원은 현재 울산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정책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학부시절 음악대학교 기악과에서 viola를 전공했고, 대학원시절에는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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