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칼럼

'태화루, 시민의 품으로 더 가까이‘

김보미 울산광역시 문화예술과

태화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울산 시민 혹은 울산을 방문한 사람 누구든 태화강 국가정원에 들어서기 전 강변에 세워진 아름다운 강 위에 홀로 선 전통누각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도심에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공간은 울산 지역민의 오랜 갈망을 담아 울산 고유의 정신과 역사의 맥을 잇기 위해 복원된 ‘태화루’이다.

태화루, 시민의 품으로 더 가까이

사진출처 : 울산역사문화대전 (http://ulsan.grandculture.net)

태화루는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누각으로서 울산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표적인 유적이다. 역사적 기록에서 태화루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에 태화사의 조성과 함께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풍류와 예술을 즐기는 장소로 사용되었고, 고려시대 정포의 「태화루」, 조선시대 서거정의 「울산 태화루」 등 많은 선인들이 시와 글을 남기며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태화루는 임진왜란 전후에 멸실된 것으로 추측한다. 이후 오랜 세월 태화루는 역사 속 기록으로만 남아있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2005년 울산광역시에서 본격적인 복원 기본 계획을 마련하면서 2010년 4월 문화재 시굴 및 발굴조사, 2011년 9월 공사에 착수하여 건립계획 수립 9년이 지난 2014년 4월 30일 준공하였다. 시민들의 오랜 염원을 통해 400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사실 태화루는 공사 단계부터 과거의 선조들이 향유하던 그 모습대로 울산 예술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의 문화기획자와 예술가들이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고민을 함께 했다. 지역 예술인의 사랑방이자, 예술인들의 기량을 고도화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수차례 모여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실행한 내용이 지금 태화루 프로그램의 기본이 되었다.

수년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 프로그램은 전통문화 예술 분야의 발표 무대로 자리를 잡았다. 태화루 누각 위, 마당, 쉼터를 활용하여 매년 봄과 가을에 소리, 풍물, 한국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열렸고, 평일에는 태화루 아카데미를 통해 시민들이 참여하여 전통공예 및 국악 등을 익힐 수 있었으며, 연 3~4회의 기획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알려진 태화루는 시민들의 열린 공간으로서 다양한 예술활동과 모임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 구성이 자리 잡으면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고정적인 참여자가 생기게 되었으나, 다소 부정적인 면도 드러나게 되었다.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태화루가 단순히 경관 조형물이나 주변 풍광을 둘러보기 위한 누각이 아니라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선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이 머리를 맞대던 그 열정이 사라진 채 매년 반복되는 정형화된 사업이 된 것이다. 수년간 시가 직접 운영하면서 비슷한 형태로 진행이 되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심점이 없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 가운데 2020년부터 프로그램 운영 주체가 시에서 울산문화재단으로 옮겨지면서 태화루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느껴지고 있다. 재단의 유연성과 자율성, 인적 자원을 토대로 문화행정 전문가와 예술가들이 현대 사회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태화루 본연의 목적에 맞게 녹일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분위기이다. 앞으로는 울산문화재단의 역량으로 기존에 진행되던 예술의 영역에서 시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문화의 영역으로 더 넓고 다각적인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태화루 누각 위에 올라가면 시원한 강바람과 빼어난 풍광에 마음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태화루에서 하는 예술활동은 태화강의 절경을 품에 안고 울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름을 제공한다. 태화루의 독특한 장소성과 다양한 콘텐츠 간 연계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홍보하는 유용한 문화자원이자 색다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사업들이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어 아쉽지만 빠른 시일 내에 생기 넘치는 프로그램들로 가득한 운치 있는 곳이자, 시민들에게 보다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필자소개

    김보미

    대학에서 디자인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였다. 공예ㆍ디자인 분야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2015년부터 울산시 문화예술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거리공연, 태화루 프로그램 운영 등 여러 문화예술 사업의 지원과 콘텐츠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