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하는 암각화 나들이, 출발합니다!

다감이 이하림

따뜻한 햇살이 비추던 4월의 토요일,
조용할 것만 같던 암각화 박물관에서 어디선가 조곤조곤 말소리가 웃음소리와 함께 새어나온다.

웃음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겨보니 삼삼오오, 어른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다.

시간의 물길을 거슬러 먼 고대의 땅으로 들어가는 신비한 고래들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이곳.
여기 암각화 박물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울산의 역사성과 문화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암각화 나들이’가 열리고 있었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드문드문 아이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의 아빠들도 눈에 띄었다.
오늘이 두 번째 수업이라 어색할 법도 한데 싱글벙글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보다 더 눈을 빛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아이들

가족단위 수업으로 익히 알려진 통합문화예술교육 바로의 천현숙 선생님의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암각화 나들이’가 열리고 있었다.
또랑또랑, 고운 음성으로 ‘암각화 나들이’는 시작되었다.

천현숙 선생님의 간단한 설명 뒤, 가족들에게 나눠진 준비물은
하얀 컵 모양 화분이었다.
지난 주 수업에 함께 나눠보았던 암각화 이야기를 떠올리며
내 마음속에 남았던 암각화 문양을 스케치하고 컵에 옮겨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분주하게 오가며 장난치던 아이들이
수업 공간 한쪽에 새겨진 암각화 무늬 앞에 걸터앉아, 눈과 손을 바삐 움직여 본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들과 함께 하다보면 대신 해달라고 칭얼거릴 법도 하고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 작품에 훈수를 두며 참견도 할 법 한데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며,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암각화무늬가 새겨진 컵

선사인들이 남긴 섬세한 그림을 옮겨서 녹인 컵 화분이 하나둘씩 완성되어가자
이번엔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가 그린 컵 화분을 보며 서로 칭찬해주기 바쁘다.
아이들은 컵에 녹여진 암각화 무늬를 실제 암각화 그림 앞으로 손잡고 뛰어가 찾아보느라 바쁘다.
겨우 두 번째였던 수업에서는 보기 힘든 유대감이 암각화 박물관 속 공기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참여중인 학부모와 아이들

“선생님, 이제 우리 뭐해요?!”

그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 미션!
암각화 박물관 주변을 탐방하며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종이 프레임으로
암각화가 있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의미를 찾아보자는 천현숙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아빠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상이 준 프레임 속에 갇혀지는 아빠, 엄마, 아이들이
각양각색의 프레임에 내가 넣고 싶은 풍경과 이야기를 넣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도 편안하게 만들었다.

온 가족이 참여하면서 저렇게 신나게 아이 손을 이끄는 아빠와
이러한 모습이 일상인 듯한 엄마의 모습까지...
이러한 것들이 가족 참여 프로그램이 가져다주는 선물 아닐까 싶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처음 접해본 수업에 신난 아이들,
이러한 아이들과 함께 있지만 따로 즐거움을 느끼는 엄마,
색연필을 언제 마지막으로 잡아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눈을 반짝이는
아빠의 얼굴 속에서 각자의 즐거움이 하나가 되어지는,
‘암각화 나들이’는 가족들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토요문화학교 '암각화나들이' 현장사진, 암각화무늬가 새겨진 컵

한국의 아이들이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은 평균 6분,
OECD 회원 국가 중에서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주 2,3회가 평균 횟수라고 한다.

요즈음 어른들보다 더 바쁜 아이들,
또 그 바쁜 아이들을 위해 더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들의 슬픈 현실이라고 하지만
이곳 ‘암각화 나들이’에서 그러한 이야기들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암각화라는 과거의 기록 속에서 이러한 기록들을 다분야의 예술들로 녹여내고,
참여자인 가족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기획했다는
천현숙 선생님의 암각화 박물관에서의 첫 걸음에 대한 풍경은
아빠,엄마와 함께하며 행복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의 미소로 대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