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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를 여행하는 후크선장, 장세련 작가님을 만나다.

다감이 박아현

다감이 박아현

네버랜드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피터팬의 고향이자, 정체성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네버랜드를 어린이의 동심에, 피터팬은 어린이에, 현실과 네버랜드를 오간 웬디를 청소년기에, 후크선장을 어른에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후크선장들이 네버랜드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네버랜드를 소중히 여기는 후크선장들이 많다. 오늘은 피터팬을 이해하고 함께 걷고 또 스스로 피터팬이 되어주기도 하는 후크선장, 동화작가 장세련 작가를 만났다.

기획경영팀 김보창 팀장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여덟 권의 동화책과 세 권의 스토리텔링, 한 권의 일본어 번역 동화집을 냈고, 등단한 지는 만 29년이 됐네요. 현재 울산문인 협회가 계간으로 발행하는 『울산문학』의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동화작가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시를 끼적였는데 제가 쓴 글을 보신 수필가 한 분이 동화를 써보라고 하셨어요. 공모전이 있다는 걸 알려주시면서 70만 원의 상금이 있다는 거였어요. 그 상금이면 당시 남편의 두 달 치 월급을 웃도는 돈이라 단순히 상금이 탐 나서 써봤어요. 따로 공부해본 적도 없이 동화라고 세 편을 써서 응모한 것이 덜컥, 당선이 된 거죠.

말하자면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식으로 당선된 거였지만 그 뒤부터 동화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사전도 열심히 읽었죠.

“당선 되셨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시게 된 거잖아요.”

얼떨떨했고, 또 두려웠어요. 그때의 저는 지금처럼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렵고 부담스러웠어요. 낯도 많이 가렸고요.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웃음) 작가가 된 덕분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실제로는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처음 강의를 나갔을 때 떨렸던 그 감각을 아직 기억해요. 강의 자료를 몇 번을 읽고 또 읽고……. 그런데 지금은 능숙해져서 시간분배도 잘 하고, 긴장도 안 합니다. 오히려 즐기고 있어요.

문화예술진흥팀 김미경 팀장

“울산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울산아동문학회는 어떤 곳인가요? 그리고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울산에서 활동하는 아동문학인들의 단체예요. 현재 동시와 동화, 동요를 쓰는
작가들 24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울산아동문학회가 하는 활동은 해마다 한 권씩 회원 작품집을 내고, 동시화전과
지역 작가 사인회 등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울산 시내 도서관에서 독서나
글쓰기와 관련한 강의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토요문화학교 통신원 일을 하신 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울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인데요. 작가님은 울산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울산이라는 지역이 작가님의 작품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울산이 고향은 아니지만, 가장 오랜 기간을 산 곳이에요. 자신이 사는 곳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의무가 아닐까요?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오해하고 있죠.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울산은 참으로 웅숭깊은 전통의 도시임을 알게 됩니다. 우시 산국에서 부터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아름다운 유적도 많이 남았고요. 그것이 대개 자연으로 남아 있어서 더 풍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 만큼 울산에는 동화로 보여줄 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지역 작가로서 나름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울산이 보물처럼 간직한 숱한 이야기들 덕분이죠. 한 마디로 울산은 저의 작품세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울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아빠의 고래」라는 작품이 있어요. 울산광역시에서 문예진흥기금을 받아서 동일 제목으로 창작동화집을 내기도 했는데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었지요. 그리고 『옥류천 이야기길』, 『대왕암 솔바람길』, 『바다로 이어진 길, 염포산을 걷다』도 있어요. 「아빠의 고래」는 동화집이고 나머지 세 권은 울산 동구지역에 숨은 이야기들을 직접 발로 뛰면서 쓴 스토리텔링입니다. 저로서는 새로운 시도였고, 그만큼 많은 자극이 된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문학작품을 위한 공모전 같은 경우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사들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형상이고요. 지방인 울산에서 작가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작가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서울에는 출판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 문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서울에서 출간을 하는 것이 더 용이해 보일 뿐이지 실제 비율로 따지면 지방이나 서울이나 비슷합니다. 저도 첫 작품은 자비로 출간했어요.

물론 지방이 출간이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출판시장이 어렵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동화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작가님에게 동화란 무엇인가요?”

아이들에게 동화란 꿈이자 탈출구이고 동시에 쉼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때로 현실에서 벗어나 쉴 곳이 필요한데, 그것이 동화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동화는 삶의 위로이자 힘입니다. 어른이 되면 사고가 경직되고 이른바 ‘꼰대’ 취급을 받는 것은 동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에게는 여섯 살 손자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살아있는 생물은 무서워서 만지질 못 해요. 어느 날 손자와 둘이서 산책을 하고 있을 때, 아이가 저를 부르더군요. 뒤에 뭔가를 숨기고서요. 그러더니 “할머니 제가 지금 뭘 가지고 있게요?”라고 묻더라고요. 전 물었죠. “뭘 가지고 있니?” 라고 했더니 아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펼쳐 보이면서 돌을 보여주더라고요. “새요.” 순간 생각했죠. 돌멩이에서 새를 볼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동심이고, 그 동심에 맞장구를 칠 줄 아는 사람이 동화작가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아동문학을 아이들만 읽는 유치한 문학작품으로 오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동문학만큼 어른들이 필독해야 할 문학작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동심 회복에도 도움이 되거니와, 아이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좋은 문학작품은 없을 거니까요.

네버랜드를 사랑하는 후크선장과의 인터뷰가 끝이 났다. 네버랜드는 우리를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었다. 다만 우리들 후크선장이 네버랜드를 외면했을 뿐이다. 오늘 네버랜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여행하는 작가님을 만나 정말 좋은 시간을 가졌고,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슴이 말랑말랑해 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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