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감이 이하림
중구 교동 한적한 골목,
이곳에는 그림책을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마흐네 공방’이 있다.
언뜻 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곳 에는,
따뜻한 나무 책장에 몇 권인지 세어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림책들,
눈을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의 정교하고, 신비로운 북아트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도대체 누구의 손길을 거쳤기에 이렇게 따뜻해질 수 있을까
책장 하나, 테이블 위 나뭇가지 하나까지도 따뜻한 감성으로 채워나가고 있는 마흐네 공방, 김성미 선생님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충분히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업실을 옮기면서 훨씬 더 마음이 편해졌어요.”
남구 무거동에 자리 잡았던 공방이 중구로 옮겨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많은 것들을 정리해 나오면서 속상한 일들도 많았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 속에서 그러한 기억들이
오히려 한 숨 내려앉게 되는 시간들이 되었다.
그렇게 한 숨 내려지고 나니,
주변에 참 많지만 흔한 꽃 한 송이도 새롭게 보이고,
정신없이 몰아칠 때는 무심결에 스쳐지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 숨 내려진 김성미 대표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인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림책을 보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요.”
여러 곳에서 수업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그 많은 아이들 속에서 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많은 배움을 오히려 배우고 있다고 얘기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담센터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힐링을 하고 있다며 살며시 웃는 미소에
그 ‘힐링’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너희들이 좋은 것이 그 어떤 것이든 선생님은 좋아.”
수업했던 다양한 환경 속 아이들을 이야기할 때는 다른 이야기를 나눌 때 보다
조금 더 들뜬 듯,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가 나와진다.
그 아이들과의 시간들이 쌓이고 그 아이들이 던져놓은 이야기들을 버무려 내는
작업 속에서 그 누구도 담아낼 수 없는 그릇이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소중한 인연들을 통해 머릿속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는 여러 가지 일에 매달리고 연연해하며 동동거리던 시간들이 안타까울 뿐이라 한다.
하지만 그 동동거림(?)으로 인해 만들어진 지금의 시간을 조금만 부정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야겠다는 예전과 같은
조급한 생각은 스스로 꾹꾹 눌러 담아가며,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고,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수도 없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 더 소중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7년 가을, 새롭게 시작된 마흐네 공방의 새로운 이야기.
김성미 선생님의 감성 가득한 손끝에서 앞으로 탄생될 이야기에
더욱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