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리뷰

“난 좀 더 존재하고 싶어요. 나 자신 그 자체로요”

<리뷰> 연극 ‘글로리아’

다감이 이하영

다감이 이혜영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현실은 확실하다. 현실에는 환상이나 망상이 없다. 현실에 사는 우리는 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무단히 애를 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실은 항상 불안하고 두렵다.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뉴욕의 미드타운 잡지사 편집부, 이 잡지사의 인턴인 ‘마일즈’는 하버드생으로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이 많다. 지난 6주간 성실히 인턴 생활을 했고 오늘은 그 마지막 날이다. 간밤의 숙취로 괴로운 '딘’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언젠가 출간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켄드라’는 자신의 실력을 회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만이 많다. ‘애니’는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지만 일에 대해서 별다른 욕심은 없다. 팩트 체킹을 담당하는 ‘로린’은 작가들이 무성의하게 쓴 원고에 신물이 나 있다. 그리고 이 잡지사에 15년이나 근무를 했지만 별다른 존재감 없는 교열부 직원인 ‘글로리아’가 연극의 주요 인물이다.

하나 둘씩 출근한 사무실에서 이들의 화제는 지난밤에 있었던 ‘글로리아의 파티’이다. 글로리아는 새로 구입한 자신의 아파트에 집들이 파티로 이들을 초대했다. 하지만 딘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딘도 동료들에게 어쩌다 가게 된 상황이라며 핑계 아닌 핑계로 둘러댄다. 그러던 중 글로리아가 사무실에 나타나고, 그녀는 차분하게 이들을 둘러보고 돌아간다. 글로리아가 돌아가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뒷담화로 이어진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글로리아의 손에는 한 구의 총이 들려 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사람들을 냉정하게 총을 쏴 죽이고, 딘에게는 파티에 와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자살한다.

연극 ‘글로리아’에서 글로리아는 기껏해야 십 여분 정도 무대에 등장하고 사라진다. 나머지 두 시간 가량은 글로리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의 상황과 현실에 의해 작품 전체를 해설하듯 이끌어 간다.

글로리아의 살인과 자살 사건은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딘은 어느 출판사로부터 글로리아의 살인과 자살의 최종 목격자로서 이를 소재로 하는 회고록 발간을 제안 받는다. 사건 현장에 없었던 켄드라는 ‘글로리아의 사건’이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이슈가 될 것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책을 출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같은 직장에 있으면서 글로리아의 존재를 아예 몰랐던 딘의 상사인 ‘낸’ 역시 이 사건의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고 책을 출간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없던 그녀가 가장 극렬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때는 바로 그녀의 삶이 끝난 뒤였다.

연극 '글로리아'의 말미에서 글로리아를 가장 오래 알고 있으며, 사건의 처음과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은 로린이다. 그는 이 사건이 어떤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는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어떻게 표출하는지를 지켜본다. 그리고는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답을 던진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나는 좀 더 존재하고 싶어요. 나 자신 자체로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요. 그래서 지금부터 제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더 알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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