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인물

잊혀 가는 신들의 반란

다감이 박아현

다감이 박아현

늘 안타까워하는 것이 있다. 한국의 신들을 우리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토착신앙일 것이 분명한 한국의 신들은 어느 순간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한국의 신은 누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단군왕검과 가신(家神), 그리고 산신령 정도가 고작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토착 신들을 잊어가고 있다.
그리고 또 잊어가던 것이 있다. 국악. 국악을 아주 모르진 않지만 우리의 신처럼 제대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저 민요와 판소리 정도밖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국악은 내가 알 던 것보다 훨씬 그 범위가 넓었다. 연주와 노래 뿐 아니라 사실은 춤도 국악에 포함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울산의 국악에 대해 알고자 울산국악의 대부인 우덕상 선생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2011 울산 창작국악동요 발표회 원두막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동대초등학교 교장을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울산광역시국악관현악단장 및 지휘자’, ‘울산교사국악관현악단장 및 지휘자’ 등을 맡고 있는 우덕상이라고 합니다.

울산국악원은 어떤 곳인가요?

울산국악원은 어떤 단체라기보다는 사무실 겸 연습실에 가깝습니다. 울산 지역의 문화인들이 연습장소가 없어 힘이 들 때 제 개인 사비를 들여 빌린 사무실이에요. 그곳에서 강사 분들에게 강습장소를 빌려드렸죠. 강사료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세는 받지 않았어요. 국악관현악기등 모든 악기들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공연장소도 부족하지만 사실 연습장소도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리고 한 때는 사랑방음악회라고 작게 무대를 꾸며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악기들이 소리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 큰 공연장에서는 마이크를 악기에 대고 연주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악기 고유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묘수를 낸 것이 사랑방 음악회였어요. 작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국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실제음색과 각 악기의 독특한 느낌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여러 무료 음악 강습회를 했었습니다. 그걸 이, 삼년 하다가 사비로는 한계가 있어 민요 강습회를 하시는 분께 넘겨드렸습니다.

전국에서 울산이 국악 활동이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울산에서 국악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보인다니 기쁩니다. 그 전에는 울산이 국악의 불모지라고 불렸었어요. 사실 국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학교들, 대학교나 예술고등학교에서 국악과가 있거나, 시립국악관현악단 같은 것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학교에서 졸업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지역에서 활성화가 되는데, 울산은 무용단 반주단으로 몇 명 있을 뿐입니다. 오로지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울산에 있는 국악단체는 전부 민간단체라고 보셔도 되요. 2008 제11회 정기연주회 공연 사진 1994년도만 해도 울산에는 거의 국악이 없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풍물을 하는 몇 개 팀의 사람들이 작게 강습 같은 것을 하고 있었어요. 이제 막 국악이 발돋움 하는 시기였죠. 제가 94년도에 울산교사국악관현악단을 창설했고 지금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오늘 9월 15일에 정기 연주회도 가질 겁니다. 올해로 28회차죠. 아무튼 제가 창설했을 당시에는 울산교사국악관현악단이 유일한 국악관현악단이었어요. 그 전에 울산국악협회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그 단체는 규모가 크지 않고 동아리 정도의 규모였어요. 관현악단이라는 규모는 울산교사국악관현악단이 처음이었고, 가장 중심적이었습니다. 2008 제11회 정기연주회 공연 사진 1996년쯤에는 국악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울산 출신의 사람들을 방과후 강사로 소개시켜 학교로 보내 강습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또 우리 관현악단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니 강사를 채용해서 쓰기도 했고요. 그러다 그 친구들이 본인들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진 것이 1996년쯤 생긴 울산광역시국악단이에요. 그렇게 울산에 있는 국악관현악 단체는 교사 중심인 울산교사국악관현악단과 민간인 중심인 울산광역시국악관현악단, 이렇게 두 개가 있습니다. 두 단체 모두 제가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울산국악협회에 부회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울산지역의 국악을 좀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울산이 그래도 광역시라 국악협회를 좀 키우고 싶었거든요. 제가 부회장으로 들어가면서 저와 함께 하던 단원들도 그곳에 소속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이 시작 되었죠. 거기서 파생된 단체가 처용관현악단입니다. 저는 협회에서 할 수 없는 다른 것들을 해 보고 싶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왔고요.
그런데 관현악단이라는 것이 규모가 무척 큽니다. 연습시간도 상당하고, 사람도 많다보니 아기자기한 연주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울산실내국악악단인 소리샘을 만들었어요. 당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울산친구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지금은 다른 친구들이 맡아서 하고 있고요. 이 이후에 나온 실내악단이 파래소 실내교향악단입니다. 울산에서는 풍물이 가장 오래 되었습니다. 그것이 95년도쯤 풍물인 공동체라는 것을 조직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 팀으로 풍물을 활성화 시킨 겁니다. 울산시내 모든 풍물단체의 리더들이 대체로 이 단체 출신들입니다. 그렇게 같이 하다가 민예총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처음 생길 때 주체가 된 팀이 풍물팀 일부와 문학단체입니다. 민예총은 현재 여러 문화예술로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울산노래라고 해서 울산 소재로 시인들이 글을 써서 합창으로 만들어 전국에 보급했던 단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자금난으로 사라졌습니다. 2011 울산 창작국악동요 발표회 원두막 동요쪽은 울산에는 서덕출이라는 아주 유명한 시인이 있어요. 서덕출동요제가 시작된 계기이기도 하지요. 울산동요사랑회와 MBC가 함께 서덕출동요제를 진행했었습니다. 지금은 MBC에서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서덕출과 동시대 작가인 신고송이라는 월북작가가 있습니다. 지금은 월북자가가 풀려 4, 5년 전부터 저희가 함께 서덕출, 신고송 동요합창제를 합니다. 해마다. 올해도 10월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역시 울산동요사랑회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요제를 보면 국악동요의 비중이 매우 높아진 것 같던데요.

그만큼 지금 추세가 국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국악교육은 접하기가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국악교육이 무척 발달해 교과서에도 상당수 실리고 있습니다. 국악동요가 우리한테 맞다는 것을 아이들이 아는 거죠. 처음 아이들은 국악 교육을 잘 받지 못해 서양식 음악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국악을 접하면서 국악에도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요.

울산에서 국악을 하시는 분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학교에 국악공연을 하러 들어갈 기회가 잘 없어요. 국악을 널리 전파하려면 어릴 때부터 귀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어렵습니다. 특히 소규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국악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지요. 애로사항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안타까운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가장 큰 애로사항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들입니다. 울산에는 국악 이외에도 지원을 기다리는 단체들이 많다보니 지원받기가 쉽지 않아 자비로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하지만 자비로 충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끝까지 활동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제법 됩니다. 울산은 특히 무료공연이 많기 때문에 지원금 없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공연장소도 문제가 되죠. 공연단체는 많이 생겼는데 그 단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연장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공연장 구하는 일 자체가 굉장히 힘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국악뿐 아니라 울산 자체의 컨텐츠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벤트 성이 아닌 대대손손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것들로요. 그리고 울산에 문화예술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여러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특정 문화예술에만 관심이 쏠리면 결국 어떤 문화예술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기 때문이지요. 저는 울산의 문화예술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길 바라요. 잠깐 와서 공연만 하고 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공연이나 축제가 아닌, 울산에 거주하며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으면 좋겠고, 또 그 자체를 시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울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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