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팩토리를 만나다

다감이 장원정

다감이 장원정

05

‘88만 원 세대’의 세대 문제, ‘헬조선’의 사회·정치 문제, ‘흙수저, 금수저’의 계급 문제까지 지금 20대에게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흘러들다 보니, 기본적인 창업 지원에서부터 성남시와 최근 서울시로 대표되는 청년 수당까지 여러 방법으로 전국 지자체가 처한 환경에 맞춰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예비 청년창업자에게 시설 및 장비, 운영비를 지원하여 성공적인 창업을 유도하고 있는 울산청년창업센터는 2010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해오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톡톡스트리트’라는 청년창업센터 수료 기업들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매장 홍보 및 마케팅 지원에도 나섰다.

06

톡톡팩토리

톡톡 스트리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울산 청년창업센터에서는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 제공을 벗어나 제조업 지원을 구상한다. 이는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크기에 성공적인 청년창업이 또 다른 청년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톡톡 팩토리’라는 이름의 제조 창업공간이 2016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문을 연지 1년이 채 지나기 전부터 작년 말과 올해 초 ‘톡톡 팩토리’에 있는 몇몇 업체의 유의미한 성과를 울산 여러 매체의 기사를 통해 접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1주년이 흐른 6월 어느 날 궁금증을 가득 안고 ‘톡톡 팩토리’(남구 돋질로 390번길 7) 입구에 서서 ‘톡톡’ 문을 두드린다.

07

2013년도에 문을 연 ‘소월당’(대표 이수아)은 작년 톡톡 팩토리에 입주하기 전부터 한국 전통차와 차 과자를 판매하는 곳으로 이미 주목을 받은 업체다. 차를 좋아하는 어머니 덕택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차를 접한 이 대표는 성인이 된 후 평생 직업을 고민하는 와중에 차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전문인에게 교습을 받으며 차산업 선진국인 일본에도 건너가 공부하고 돌아온 후 한국 전통 차와 차 과자를 연구하고 재현하는 일에 관심을 쏟으며 한국과 울산의 전통 차 문화를 알리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언양에서 문을 연 ‘소월당’ 본점은 예약한 이들에게만 식사, 차, 차 과자를 제공하는 일반인들이 조금은 접하기가 힘든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차와 차 과자만을 했지요. 코스로 구성하다 보니 음식까지 준비하게 됐는데요, 두부 스테이크와 연잎밥을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태화강변에서 열리는 에코 마켓에서 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두부 버거를 제 나름대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많이들 좋아하세요.” 시간이 갈수록 재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좋은 차와 차 과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나는 좋은 재료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관심이 커져서 지금도 계속 연구 중이란다.

08

“배빵도 그런 고민에서 나온 거죠. 울산에서 나는 좋은 재료가 또 뭐 없을까 생각하다 아, 배가 있지. 차와 차 과자가 어찌 보면 일상에서 아무 때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배는 설탕 없이도 적당한 단맛을 낼 수도 있고. 이리저리 고민해서 배 특유의 사각 거리는 식감과 시원한 맛까지 내보려고 했지요.” 이런 고민이 통한 걸까? 2017년 울산광역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지역특성화부분)을 수상한다.
“배빵 뿐만 아니라 울산에서 나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여러 가질 준비 중이에요. 부추 빵, 무화과 빵, 딸기 차 과자... 경주 황남빵이 이렇게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까지 몇 년 걸린 줄 아세요? 50년이더군요. 저는 지금 고작 몇 년이지요. 앞으로 20년, 30년 꾸준히 해서 울산하면 산업도시가 아니라 지역 먹거리가 풍부한 생태도시를 먼저 떠올린다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09

소월당 이수아 대표와 소월당 배빵

올 2월에는 KTX 매거진에 울산 먹거리로 소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소월당 차 과자와 빵은 그동안 ‘톡톡 팩토리’에서만 판매를 해 외지인의 손이 닿기에 많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KTX 울산역사에 소월당이 7월에 입주를 하게 되어 본격적인 외지인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10

소월당 맞은편에 입주한 회사 ‘크리스티앙’(대표 김지혜, 김신영)도 소월당과 같은 제과점 모습이지만 시작은 사뭇 달랐다.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티셔츠. 베개, 인형, 뱃지 등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도중 고래 캐릭터를 가진 만주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추가를 하게 된다. “처음 만주를 구상하기 전까지는 제과, 제빵을 배운 적이 없어요. 만주를 생각하면서 하나씩 필요한 제과,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만주가 2016년 남구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맛과 디자인 면에서도 상품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는다. 수상과 칭찬이 이들을 춤추게 했는지 만주는 타르트, 마들렌으로 확장되었고 캐릭터 또한 고래에서 고양이, 병아리로 알 까듯이 점점 분화에 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정치외교학과 일본어과를 전공한 두 자매는 전공 특성상 다른 나라 학생들과 잦은 교류 덕택에 한국이라는 가치, 울산이라는 가치에 주목할 수 있었단다. 특히 울산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울산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 콘텐츠 고래에 주목해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한다.

11

크리스티앙 김지혜, 김신영 대표와 단디만주

‘단디 만주’의 ‘단디’는 다 알다시피 ‘단단히’의 경상도 방언이다. 이름부터 지역색이 느껴지는 단디 만주에는 또 다른 지역성이 단디 녹아 있다. “만주와 타르트에 쓰는 무화과도 저희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거랍니다. 만주를 구상할 때 마침 대체 특산물로 지역에서 무화과, 블루베리, 키위가 언급되길래 부모님을 설득해서 무화과를 심자고 했죠. 덕분에 저희가 직접 기르고 수확한 무화과를 넣으니 만주에 울산의 특성이 더 드러나는 거죠.” 두 자매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졸업 후 창업에서 지금에 이르는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매끄럽기에 혹시 성공 비법이 있는지 살짝 물어봤다.

12

“순전히 운이에요.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자매이지요.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울산시와 청년창업센터의 분에 넘치는 지원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러기에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어떻게든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어요.” 사회적 연대에 대한 하나둘 모아지는 자발적인 마음은 꾸준한 청년 창업지원이 만들어 낸 눈에 보이지 않는 근사한 덤으로 이해하련다. 크리스티앙의 여러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또한 소월당과 더불어 KTX 울산 역사에 7월 입주가 예정되었다.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SNS에서 일찌감치 사랑받아온 단디 만주가 이제 디자인만큼 맛 또한 그러할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는데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혹자는 무슨 빵 하나 가지고 도시 풍경이 달라지느냐며 괜한 설레발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경주의 황남빵, 전주의 풍년제과, 안동의 맘모스제과, 목포의 코롬방제과 등등 톡톡 팩토리를 나오면서 문득 떠오른 빵집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찾아 전국 빵집 투어가 일상다반사다. 도시가 먼저 가 아니라 그들이 갓 구워낸 빵이 먼저 생각나는 시대인 것이다. 울산에도 이젠 그런 빵집 하나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top

Copyrightⓒ2017 Ulsan Arts and Culture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