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속 울산의 학(鶴)’을 찾아서

<전시> 대곡박물관,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 울산’특별展

다감이 이혜영

다감이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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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공룡은 발자국을 남겼고, 선인(仙人)을 꿈꾸던 옛사람은 시를 남겼다. 무수히 흘러간 과거와 과거의 시간들, 수많은 과거의 사람들은 사건과 사연을 남기고 떠났다. 그 많은 사건과 사연은 인간의 감정인 희로애락을 담았으나, 역사는 이 모두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재라는 지점에 현대인을 잠시 놓아두고 오랜 시간 그곳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기록한다.

울산 대곡 박물관은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여 울산의 상징인 학(鶴) 문화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6월 말부터 개최하였다.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제 1부 ‘울산, 학 고을이 되다’, 제 2부 ‘학 문화를 잇다’, 제 3부 ‘학을 이야기하다’로 구성되어 9월 24일까지 두 달간 전시 예정이다.

오늘은 이와 연계된 행사로 성범중 울산대 교수의 ‘울산지역 한시 속에 보이는 학(鶴)’을 주제로 하는 특강과 신형석 대곡 박물관장의 전시 해설 시간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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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따뜻한 날에는 웅덩이 가에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달이 밝은 때에는 석대(石臺) 앞에서 학 울음소리를 듣네
濠上觀魚風暖日臺前聽鶴月明時

『집청정시집(集淸亭詩集)』, 037 홍상빈(洪尙賓)

하지(夏至) 지난 어느 날,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시원한 물가로 가 한가로이 유영하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달이 차오르는 밤에는 평평한 바위에 앉아 학 울음소리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이렇듯 옛사람들에게는 여유와 비범함이 있었다.

학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상징이자 신선과 함께 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동물이 어떻게 울산 지역의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계림(鷄林)으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물이 돌고 산이 굽이쳐서 하루가 다하도록 힘을 쓰면 바닷가에 이르게 되니, 그곳에 있는 부가 흥례(興禮)이다. 세상에 전하기를, 계변천신(戒邊天神)이 학을 타고 신두산(神頭山)에 내려와서 사람의 수명과 복록을 주관하였으므로 혹은 학성(鶴城)이라 부른다고 한다.

自雞林南行 水廻山轉 窮日之力 至于海壖 有府 日興禮 世傳 戒邊天神 駕鶴降神頭山 主人壽祿 故或謂之鶴城

<太和樓詩序>, 金克己(?~1209)

경주와 가까운 남쪽, 울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계변천신(戒邊天神)이 학을 타고 내려왔다는 설화가 있다. 문헌에 따르면 통일신라 말, 고려 초부터 울산 지역이 신학(神鶴)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역사와 관련으로 살펴보면, 울산의 학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은 신라시대에서 부터이다. 경주와 가까운 남쪽, 울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계변천신(戒邊天神)이 학을 타고 내려왔다는 설화가 있다. 문헌에 따르면 통일신라 말, 고려 초부터 울산 지역이 신학(神鶴)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역사와 관련으로 살펴보면, 울산의 학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은 신라시대에서 부터이다.

신라 말 박윤웅(朴允雄)은 울산지역 호족으로 신학성(神鶴城) 장군이라 불렸다. 901년(효공왕 5)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다. 그때 박윤웅이 나타나 고려 태조의 후삼국 통일에 공을 세워 흥려부를 다스렸는데, 그의 등장으로 계변성은 신학성(神鶴城)으로 바뀌었다. 이후 고려 성종(987~997) 때 ‘학성(鶴城)’은 울산의 별호(別號)가 되었다. 신라 말 박윤웅(朴允雄)은 울산지역 호족으로 신학성(神鶴城) 장군이라 불렸다. 901년(효공왕 5)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다. 그때 박윤웅이 나타나 고려 태조의 후삼국 통일에 공을 세워 흥려부를 다스렸는데, 그의 등장으로 계변성은 신학성(神鶴城) 으로 바뀌었다. 이후 고려 성종(987~997) 때 ‘학성(鶴城)’은 울산의 별호(別號)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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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서 중구일에 회포가 있어서 유종원의 시에 치운하다.
彦陽九日有懷 次柳宗元韻

나그네의 마음이 오늘 더욱 쓸쓸한데
장기(瘴氣) 어린 바닷가에서 물에 나아가고 산에 오르네.
뱃속에는 글이 있어서 문득 나라를 그르쳤지만
주머니에는 약이 없으니 나이를 늘릴 수 있으랴?
용은 저무는 한 해가 근심스러워 깊은 골짜기에 숨고
학은 갠 가을이 기꺼워 푸른 하늘로 오르네.
손으로 누런 국화를 꺾고 잠시 그저 한 번 취하는데
옥 같은 님은 구름과 안개 너머에 있네.

客心今日轉妻然 臨水登山瘴海邊
腹裏有書還誤國 囊中無藥可延年
龍愁歲暮藏深壑 鶴喜秘職上碧天
手折黃花聊一醉 美人如玉隔雲烟

『포은집』 권2, 「시」, 정몽주(번역 성범중)

학 문화는 대곡천 유역의 명소인 반구대 일원에도 꽃피웠다. 이곳은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는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1375년(고려 우왕 1)에 언양현으로 유배되었던 포은 정몽주는 반구대에서 시름을 달래며 시를 지었다. 이 시에 학이 등장한다. 이후 많은 관리와 시인 묵객이 반구대를 찾아와 경치를 감상하며 시를 지었고, 반구대에 정몽주의 자취가 있다하여 ‘포은대(圃隱臺)’라 불렸다.

운암 최신기는 1713년(숙종 39) 반구대 바로 맞은편에 집청정(반구정)을 지었고 반구대 바위면에 ‘盤龜(반구)’ 글자와 학 그림을 새겼다. 이 그림은 3백 년이 넘어 현재까지 전해진다.

반구대와 집청정을 찾았던 많은 시인들이 시를 짓고 필사하여 만든 『집청정시집(集淸亭詩集)』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한시 406수 가운데 80여 수에 학이 표현되어 있다. 반구대와 집청정 일원이 울산지역 학 문화의 중심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이후에도 학 문화는 여전히 계승되었는데, 울산의 관아 이름이 그것이다. 울산 동헌의 이름은 일학헌(一鶴軒)·반학헌(伴鶴軒)이라 불렀고, 동헌 정문은 가학루 (駕鶴樓)라 했으며, 울산 객사는 학성관(鶴城館)이라 하였다.

현대의 건축물 문수경기장이나 울산대교에서 학은 여전히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 전체가 학과 관련해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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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사고로 미래를 본다고 한다. 첨단과 미래지향적 사고를 갖춰야 개성과 멋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개성과 멋이란 물색없다. 풍류도 없다. 그 운치만큼은 옛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먼 미래 사람들은 현대인의 현재를 새롭게 쓸 것이다. 오늘의 어느 부분을 역사로 기억할 것이다.

특강이 끝나고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작은 공간에서 알차게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한 느낌이다. 또한 관장과의 인터뷰에서 울산 역사 문화의 자긍심을 배우기도 한다. 흔히 문화영역에 음악과 미술, 공연이 크게 비중을 차지하여 역사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느끼는 역사 문화는 훨씬 더 크고 광활하며 그 여운도 길다. 울산 시민들이 지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학 문화를 통해 바라본 울산 역사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전시실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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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곡 박물관은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여‘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이라는 주제로, 두 달간 전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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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한시 속에 보이는 학(鶴)’을 주제로 성범중 교수
(울산대학교 국어 국문학부)의 특강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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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더 많은 울산시민들이 지역사를 애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엿보기를.

<미니 인터뷰> 대곡박물관장, 신형석 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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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에 대해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역사가 좋아 사학과에 입학했고, 역사학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한국사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원을 마치고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 생활을 했었는데, 울산시에서 울산시립 박물관 건립을 계획하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2월부터 2011년 6월 개관까지 박물관 부지 매입, 전시 기획, 유물 확보, 전시 공사 등 울산 박물관 건립 과정의 실무를 맡아 일했습니다. 건립기간이 7년 5개월이 걸렸는데, 이 큰 사업의 최초 단계에서 하나하나 준비하며 정말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울산 박물관 건립의 최초 기획자로, 실무자로 일하며, 울산시민의 숙원사업인 시립 박물관 건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2012년 12월 대곡 박물관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대곡 박물관장으로 와서는 다른 곳보다 대곡 박물관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매회 선보이는 전시가 울산 역사 문화를 다루는 특별전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점차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호응으로 사랑받게 되어 아주 보람 있습니다.

지금 박물관 내,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 기념으로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특별히 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올해는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울산의 상징인 학 문화를 공유하여 울산 시민들이 지역사 이해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울산에는 학 문화와 관련된 풍성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현재는 학이 날아오지 않지만, 1962년 울산공업센터 지정 이전까지 학은 울산에 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자랑으로 변모한 태화강 생태 복원의 최종 목표는 학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울산시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울산 곳곳에서 ‘학’자 들어간 이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이것이 학 고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학 고을이란 점에서 다시 관심을 가져보고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전시와 관련하여, 울산시민에게 들려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올해는 울산 시민들이 지역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학 문화를 통해 바란 본 울산 역사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전시실에서 꼭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전시에는 울산 역사 속의 학과 관련된 각종 문헌 기록과 자료, 학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소개했습 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새로 찾아낸 문헌도 있고 지역 사회에 처음 번역하여 소개한 자료도 있습니다. 특히 학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학을 텃새처럼 집에서 기르기도 했는데, 울산에서도 학을 길렀던 사실을 새롭게 찾아내었습니다. 이런 사실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울산의 역사 문화에 대한 조사연구를 더욱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울산시민들께 널리 보급하고 싶습니다. 또한 지역사 교육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들을 위한 고고학 ‘문화재 발굴체험’과 토요문화학교가 진행되고 있고, 청소년, 성인들을 위한 ‘태화강 유역 역사문화 알기’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모든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우리 박물관이 규모도 작고,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계성이 있습니다만, 누구나 자주 찾아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대곡박물관을 서부 울산 지역의 거점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대곡박물관을 찾으면 생각할 거리가 있고, 재미있게 즐기며 감동도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좋은 전시와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편안하게 찾으실 수 있도록 기획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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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의 특별전 전시 해설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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